‘장수촌’ 명성 오키나와는 어쩌다 단명 도시가 됐나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장수 연구 석학 박상철 교수 부산 특강]

패스트푸드 점포 수 일본 내 2위
비만율 오르며 평균 수명 바닥권

한국 장수벨트 부상 '구곡순담' 사례
질환 관리 및 생활 개선 중요성 대변

의료 서비스 바탕 생활 습관 바꾸면
한국도 100세 장수시대 열 수 있어

어버이날 행사에 맞춰 열린 한 지역 경로잔치에서 정치인과 기관장들이 10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어버이날 행사에 맞춰 열린 한 지역 경로잔치에서 정치인과 기관장들이 10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들이 점점 오래 산다. 그에 비례해 노인 의료비는 급증하고 있다. 기대 수명은 늘어가고 있지만 끝까지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갑지만 않은 초고령사회의 민낯이다. 그래서 경제적 육체적 자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수가 축복이 아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희망이 있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된다. 지난달 29일 ‘부산미래경제포럼’ 강연차 부산시청을 방문한 장수 노화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노화혁명은 시작됐으며 우리나라에도 100세 장수시대가 활짝 열렸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우리 사회와 개인이 지금부터 계획하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수촌이 단명 지역으로 몰락

일본 오키나와는 한때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이름을 날렸다.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 최고의 장수 지역 중 하나로 선정돼 기념비까지 세워졌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오키나와의 명성이 퇴색하기 시작했다. 2006년 일본 후생성 발표에 의하면 오키나와 남성의 평균 수명이 전국 47개 도도부현 중에서 26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2021년 조사에서는 36위로 곤두박질쳤다.

오키나와 남성의 비만율은 38.4%, 여성의 비만율은 25.9%로 일본 평균에 비해 각각 8.9%P, 6.7%P 높았다. 패스트푸드 점포 수가 10만 명당 6.62개로 도쿄 다음으로 많았다.

지금은 나가노현이 장수촌으로 뜨고 있다. 나가노현이 남녀 모두 일본 내에서 평균 수명 1등을 차지했으며 나가노현 마츠모토시는 후생성으로부터 ‘스마트 라이프 프로젝트’ 최우수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농촌마을에 들어온 와카츠키 준이치 박사의 역할이 컸다. 그는 달구지에 의료기구를 싣고 왕진을 다니면서 치료보다 예방을 강조하는 생활습관 개선 사업을 펼쳤다. 특히 걷기 운동을 강조하면서 걷기 루트 개발, 함께 걷기 운동, 인터벌 워킹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박상철 교수는 “오키나와와 나가노현의 사례에서 장수 지역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다. 생활 습관을 개조하면 어느 지역이든 세계적인 장수 도시가 될 수가 있다. 장수 지역은 변화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백세인의 변화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마지드 에자티 교수가 저명한 의학저널 ‘란셋’에 발표한 논문에서 2030년이 되면 대한민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이 91세, 남성은 84세로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했다.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천 담양) 장수벨트를 중심으로 장수촌 연구를 해 온 박 교수는 “한국의 백세인을 대상으로 지난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더 건강해졌느냐는 질문에 70%가량이 ‘나는 건강하다’고 답변했다”며 “이는 우리나라가 장수 사회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역설했다.

지난 20년 사이에 한국 백세인의 거주 형태는 가족 동거가 90%에서 50%로 급감했고, 독거 생활은 10%에서 30%로 증가, 양로원 거주도 0%에서 20%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이 봉양하는 경우에도 장자 및 큰며느리가 봉양하는 비율이 70%에서 30%로 급감했다.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자기 부양 중심형 백세인의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수 노화 분야 석학인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가 지난달 29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미래경제포럼에서 100세 장수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장수 노화 분야 석학인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가 지난달 29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미래경제포럼에서 100세 장수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일깨워 준 교훈

팬데믹 기간에 백세인들이 얼마나 많이 사망했는지가 학계의 관심이었다. 지난해 8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일본의 백세인 숫자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외의 결과였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 환자가 881만 명일 때 그중 60명이 백세인 환자였는데 단 3명이 사망했다. 80대 고령자의 치사율이 2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백세인은 5%에 그친 셈이다. 백세인들이 외부 활동을 줄여 노출이 적었다는 점과 일반 환자에 비해 관심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빨리 치료를 받을 수가 있었던 점이 치사율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다. 백세인이 일반인에 비해 고혈압과 당뇨병 등 기저질환 발병률이 낮다는 특징이 확인됐는데 이런 점이 치사율을 낮추었다고 분석했다. 한국 백세인의 경우 고혈압은 일반인이 20%일 때 백세인은 5.6%에 불과했다. 당뇨병은 일반인이 4.5%일 때 백세인은 한 명도 없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기간에 백세인이 많이 사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미스테리라고 할 만하다. 오래 살려면 기저질환 관리를 잘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생활습관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고 말했다.


■웰에이징 도시 구축을 위해

웰에이징 도시 구축을 위해 박 교수는 3강 8조목을 제안했다. 하자(하고 싶은 것 함께하자), 주자(부족해도 기부하고 봉사하자), 배우자(새로운 것을 배우고 준비하자)는 것이 3강이다. 8조목은 몸을 움직이자, 마음을 쏟자, 변화에 적응하자, 규칙적이어야 한다, 절제하자, 나이 탓하지 말자, 남 탓하지 말자, 어울리자는 행동강령이다.

구곡순담 장수벨트에서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건강한 노후와 식생활 개선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요리 왕초보 중년남성들을 위한 골드쿡, 구례 곡성 순창 담양군이 돌아가면서 마을잔치를 벌이는 구곡순담 백살잔치, 결혼 예순 돌을 기념하는 회혼례 등의 행사를 개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광주시에서 3만 평 대지에 건립한 빛고을건강타운은 건강 문화 의료서비스가 동시에 제공되는데 하루 이용객이 500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지역사회가 나서서 노화와 장수 문제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 하며 부산은 대도시에 맞는 장수 플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