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넋 놓고 멍때리기, 여기보다 좋은 곳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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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넋 놓고 멍때리기, 여기보다 좋은 곳 또 있을까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 이어지면서 외출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날에는 그나마 미세먼지가 적어 숨을 쉬기가 용이한 숲속에서 산책하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이달에 개장 6주년을 맞은 경남 진주시 진성면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 다녀왔다. 숲속에서 산책하거나, 하룻밤을 묵으면서 심신을 달래거나 아니면 넋을 놓고 멍때리기에 좋은 산림복지시설이다.■숲속에서 산책을월아산 숲속의 진주는 남해고속도로 진성IC에서 불과 5분 거리다. 고속도로에서 내려 나뭇가지가 터널을 이룬 것 같은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목적지가 나온다. 주차장은 네 곳이 있는데, 어디에 세우더라도 숲속의 진주를 한 바퀴 돌면 결국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주차장 중에서 가장 바깥쪽인 제2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기분이 좋아진다. 주차장 정면에 푸른 신록이 우거진 숲이 낯선 여행객을 환영하듯 두 팔을 한껏 벌리고 환하게 웃는다. 눈을 깨끗이 씻어 내고 심신을 쾌적하게 만들기에 손색이 없는 풍경이다.주차장에서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대나무 숲과 나무 덱, 각종 작품으로 이뤄진 ‘작가의 정원’이 나타난다. 이곳의 이름인 듯 ‘청림월연(淸林月淵)’이라는 문구가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맑은 숲 아래 달빛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인데, 달빛이 빛나는 밤에 이곳의 풍경이 꽤 아름다운 모양이다.간판 앞에 ‘선정’이라는 현대식 정자가 보인다. 정자라기보다는 사방이 모두 트인 너른 마루나 마찬가지다. 마루에 편히 앉아 앞을 내다보면 주차장과 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느낌은 똑같은 푸른 숲이 보인다. 때마침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 꽤 더운 날씨를 약간이나마 식혀 준다. 마루 끝에 앉거나 위에 누워서 멍때리기를 하기에 여기보다 좋은 곳은 없을 것 같다.바람을 따라 사그락사그락거리는 대나무 숲을 따라 내려가자 오래 전 시골 고향에서나 듣던 놀라운 합창이 귓가에 울린다. 바로 ‘개골개골 개골개골’ 하는 개구리 울음소리다.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한두 마리가 아니다. 반가우면서도 신기한 마음에 서둘러 달려가자 대나무 숲 아래에 조성된 연못 한쪽 구석에 개구리 수십 마리가 모여 노래를 부른다. 이렇게 많은 개구리를 한꺼번에 본 게 얼마만인지.연못을 한 바퀴 돌아 반대편으로 건너간다. 그곳에는 아담한 건물이 있다. 어린이들이 숲에서 편하고 즐겁게 책을 접할 수 있는 ‘숲속 어린이도서관’이다. 도서관을 지나 숲길을 따라 올라간다. 숲길 곳곳에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들이를 나온 가족이 보인다. 유치원에서 현장학습을 하러 온 어린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목공체험장이 나오고 제3주차장도 보인다.두 곳을 지나면 재미있는 목각인형이나 봄꽃인 영산홍과 함께 사진을 찍기 좋은 ‘후투티 정원’이 나온다. 목각인형 모양은 여러 가지다. 돌담에 앉아 책을 읽는 인형에서부터 그네를 타는 어린왕자와 천사 날개, 나무에 붙은 각종 곤충 인형까지 각양각색이다. 후투티 정원의 한쪽 구석 벤치에는 모자로 얼굴에 쏟아지는 햇빛을 가린 채 낮잠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후투티 정원을 지나면 초봄에 수선화로 유명한 ‘수선화 정원’이 나온다. 정원 분위기는 매우 독특하고 풍경은 아름답다. 수선화가 만개했을 때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야말로 ‘인생 샷’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아쉽게도 지금은 수선화가 다 진 상태여서 꽃을 볼 수는 없다. 그래도 푸른 수선화 줄기가 남아 분위기를 꽤 독특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숲속에서 하룻밤을수선화 정원을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월아산 숲속의 진주 최상단이다. 이곳에서는 방향을 바꿔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여기서 내려다보면 월아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월정마을도 보인다.풍경이 가장 좋은 곳인 만큼 이곳에는 독특한 시설이 있다. 바로 숲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숲을 즐기고 새벽에는 쏟아지는 별도 구경할 수 있는 캠핑장과 글램핑장, 그리고 숙박형 건물인 ‘숲속의 집’이다.글램핑장의 시설은 특급호텔 못지않게 깔끔하고 편리하게 조성됐다. 하룻밤 숙박 가격이 10만~12만 원대이니 비싸지도 않다. 그래서인지 평일인데도 글램핑장은 늘 만원인 모양이다. 전날 밤 글램핑장을 이용한 숙박객이 떠난 뒤라서 방을 청소하는 직원들의 일손이 분주해 보인다. 일정 때문에 글램핑장에서 1박 2일 여행을 즐길 수 없었던 걸 아쉬워하면서 ‘다음에는 꼭’이라고 다짐한다.글램핑장 앞에 마련된 특이한 안락의자에 앉아 본다.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지나가고 가끔 새 울음소리도 들린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드디어 이곳에서도 멍때리기가 시작됐다.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몸은 물에 녹는 듯 스르르 풀린다. 이곳은 멍때리기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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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의 췌장암, 물혹 단계에서 위험도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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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췌장암, 물혹 단계에서 위험도 줄이자”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췌장 낭종이 발견됐다고 하면 심각한 병이 아닌지 덜컥 겁이 나는 경우가 많다. 낭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주요 암 중에서 5년 생존율이 최하위인 췌장암은 공포의 대상이다.낭종은 쉽게 말하면 물혹이다. 물혹이 갑자기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췌장 물혹이 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아주 일부인데 그 경로를 잘 차단하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우연히 발견되는 췌장 물혹최근 들어 췌장 물혹이 발견되는 빈도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음파나 CT 검사를 많이 하는 탓도 있다. 또 영상 화질이 좋아져서 mm 단위의 작은 물혹이 발견되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진단 장비가 발달함에 따라 췌장 물혹의 크기가 이전에 비해 작아지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동의의료원 남형석 췌장담도센터장은 “췌장 물혹 유병률은 건강검진 환자의 약 2.2% 정도다. 일부 연구에서는 70세 이상에서 많게는 약 40%까지도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췌장 물혹은 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매우 낮다. 물혹이 금방 암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므로 일정한 간격으로 주의 깊게 추적 관찰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췌장 물혹은 암이 아니므로 당장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고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췌장 물혹이 발견됐다는 검진 결과를 듣고 잔뜩 겁에 질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심지어 당장은 암 관련 징후가 없으니 지켜보자고 해도 ‘불안하니 수술해 달라’고 우기는 환자도 있다.■어떤 물혹이 췌장암이 되나췌장암은 처음부터 딱딱한 고체 성분으로 자란 혹이고 낭종은 맑은 액체가 고인 물혹이다. 처음부터 성질이 다른 것이다.췌장 물혹은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크게 분류하면 아무리 커져도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 물혹이 있고, 천천히 암으로 진행하는 물혹이 있다. 전자는 가성 낭종과 장액성 낭종이 있고, 후자는 점액성 낭종과 췌관내 유두상 점액종양이 대표적이다.가성 낭종은 전체 췌장 낭종의 70%가량을 차지하는데, 암이 될 가능성이 0%다. 급성이나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는 사람에서 흔히 나타난다. 대부분은 저절로 없어지지만 드물게 크기가 커지거나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장액성 낭종은 물처럼 투명한 액체의 내용물이 들어있는 물혹이다. 대부분 악성으로 발전하지 않기 때문에 경과를 지켜보면 된다.반면 점액성 낭종은 불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들어 있는데 일부가 암으로 진행된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케이스다. 또 췌관 내 유두상 점액 종양도 내부에 끈적이는 액체 성분이 차 있으며 처음에는 악성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악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끈적한 점액에 의해 췌관이 막히기도 하고 황달이 오기도 한다.남형석 센터장은 “췌장 물혹 중에서 일부만 췌장암으로 변하는데, 악성을 시사하는 위험 소견이 나타나는지 추적 관찰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의 핵심은 악성화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군을 감별해 조기에 수술적 제거를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물혹의 크기가 작으면 장액성인지 점액성인지 구분이 어려울 때가 있다. 물혹과 종괴 구분이 어려워 조영제를 사용해서 감별하기도 한다.■추적 관찰 vs 수술 치료췌장 물혹이 발견되면 반드시 수술로 제거를 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췌장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면 당연히 수술을 해야겠지만 그런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수술 부작용 등을 감안하면 리스크가 적지 않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췌장 물혹 수술에 따른 합병증 빈도는 20%를 넘는 수준이다. 또 췌장 절제술 사망률도 머리 쪽은 4%, 꼬리 쪽은 1%에 이른다. 생각보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선뜻 수술을 권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국제췌장학회가 그동안 2006년, 2012년, 2017년, 2024년 4차례에 걸쳐 가이드라인을 여러번 수정 발표해 왔다. 수술 적응증이나 추적 관리 전략에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수술을 덜 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졌다.췌장 물혹이 암으로 진행되더라도 1년에서 2년 사이에 빠르게 췌장암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점액성 낭종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제거하는 치료를 하지는 않는다.그렇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악성으로 넘어가기 전에 수술적 절제를 해야 예후가 양호하다. 췌장암으로 진행된 후에 수술을 하게 되면 재발의 위험이 많아 예후가 안 좋아진다.특히 고위험 징후가 나타나면 본격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국제췌장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췌관 내 유두상 점액성 종양에 대해 고위험군은 우선 수술적 치료를 할 것을 권고한다. 고위험군은 △낭종에 의해 황달이 발생한 경우 △1cm 이상의 주췌관 확장 △낭종 내 고형 종괴나 5mm 이상의 벽결절 존재 등이 해당한다.반면 위험군이 아닌 경우에는 추적 관찰을 권고한다. 올해 개정된 가이드라인에는 2cm 이하의 경우 6개월 후에 추적해보고 변화가 없으면 18개월마다 추적하면 된다. 그리고 5년간 크기 변화가 없으면 환자 상황에 맞게 계속 추적 여부를 결정한다. 3cm 이상의 경우에는 6개월마다 검사해 보는 것이 좋다.남형석 센터장은 “수술을 할 것인지 추적 관찰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건을 감안해야 한다. 악성화 위험도와 수술에 따른 합병증 여부, 환자의 불안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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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보다 뜨거운 밤, <br />전포에서 발견한 나만 알고 싶은 <br />백골뱅이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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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보다 뜨거운 밤,
    전포에서 발견한 나만 알고 싶은
    백골뱅이 맛집

    오랜 기간 코로나19 팬데믹을 견디며 술자리 문화도 변했다. "부어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라는 응원가를 외치며 음주를 권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좋아하는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이 요즘의 분위기다. 그렇다 보니 술 한 잔도 맛있게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술을 맛있게 먹으려면 술도 술이지만 곁들일 안주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하다. 고단백 저지방 식품인 골뱅이는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으로 오래전부터 술꾼들이 사랑해 온 안주다. 전 세계 생산량의 9할을 우리가 소비한다고 하니 말 다 했다.우리가 흔히 통조림으로 접하는 골뱅이는 큰구슬우렁이다. 서해와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지만 수요를 맞추지 못해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칠레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통조림 특유의 맛이 있어 골뱅이를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에 위치한 '다섯시반'(대표 우성훈·차민부)은 백골뱅이로 만든 안주를 내놓는 요리 주점이다. 이곳은 경북 울진에서 이틀에 한 번 경매에 참여해 직접 물건을 떼온다. 물건이 없다면 강원도 태백에서 공수한다. 물건이 신선하니 골뱅이가 부담스러운 사람도, 입문하고 싶은 사람도 여기만 한 곳이 없다. 골뱅이는 동해가 주 생산지로 그중에서도 울진이 최상급이라고 한다. 차민부 대표는 "좋은 골뱅이를 판단하는 방법은 내장"이라며 "삶았을 때 내장이 살에 붙어 나오면 신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곳은 경북 울진과 강원도 태백에서 공수한 자연산 백골뱅이로 만든 탕과 숙회, 무침이 시그니처 메뉴다. 백골뱅이탕은 전골냄비에 맑은 국물과 어묵, 무, 고추, 미나리 등 각종 야채를 넣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백골뱅이는 주방에서 삶은 후 냄비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바로 먹을 수 있다. 먹는 방법도 간단하다. 포크로 백골뱅이를 찍어 눌러 껍질 모양을 따라 나선형으로 돌돌돌돌 돌리면 된다. 마침내 뽀얀 자태를 드러낸 백골뱅이. 성인 여자 주먹 크기에 입이 떡 벌어진다. 백골뱅이를 초장에 찍어 입에 넣자 쫄깃하면서도 야들야들한 식감에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참을 먹었을까. 국물만 남았다. 이대로는 아쉬워 칼국수 사리를 추가했다. 백골뱅이를 우려낸 시원한 국물과 탱글탱글한 면의 조합은 배가 불러도 참을 수 없는 맛이다.벡골뱅이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숙회를 추천한다. 둥그런 접시를 따라 플레이팅 된 백골뱅이와 초록색 미나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숙회는 주방에서 미리 손질해서 주니 껍질 까기가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메뉴다. 잘 삶긴 백골뱅이를 마늘·참기름 소스에 찍어 먹으면 탕에서 먹었던 백골뱅이와는 또 다른 맛이다. 내장을 먹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미김도 함께 제공한다. 내장을 조미김에 올려 미나리와 함께 초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니 별미다.백골뱅이뿐만 아니라 다른 메뉴도 먹음직스럽다. 그중에서도 육회와 새우부추전이 인기다. 육회는 잘게 깍둑 썬 배를 깐 다음 육회를 올리고 쪽파와 계란 노른자로 장식했다. 동그란 모양이 케이크를 연상케한다. 3월이 생일은 아니지만 재미 삼아 후~ 불어보기도 한다. 육회는 국내산 홍두깨살을 사용해 부드럽고 경북 청도식 양념으로 무쳐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달짝지근해 호불호가 없다. 또 다른 메뉴인 새우부추전은 작은 크기로 부쳐내 먹기가 좋다. 부추천을 한입 베어 물자 오동통한 새우가 입안에서 팡 터진다.사이드 메뉴도 눈여겨 보자. 그중 된장 술밥은 다섯시반을 방문했다면 꼭 먹어야 할 메뉴다. 차 대표는 "백골뱅이와 된장 술밥을 함께 시키는 분들이 많다"며 "사이드 메뉴에 있지만 술이 술술 들어가는 저희 가게의 히든 메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뚝배기에 밥을 담아 차돌박이 된장과 함께 끓여낸 메뉴로, 매콤 칼칼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모름지기 탄수화물이 들어가줘야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든다.맛있는 안주에 술을 빼놓을 순 없다. 맥주, 소주도 잘 어울리지만 가볍게 한 잔만 걸치고 싶다면 역시 하이볼이다. 아이엠더문, 막시모, 혼 하이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음료수 같은 느낌을 원한다면 자몽을 베이스로 한 아이엠더문, 좀 더 진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막시모나 혼을 추천한다.전포에 위치한 다섯시반은 오래된 건물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힙하게 공간을 조성했다. MZ부터 나이 있는 어른들까지 찾기 좋다. '노을이 지는 시간 다섯시 반'이라는 콘셉트를 구축해 벽면에는 다섯시 반을 의미하는 시계 그림을, 정면으로 보이는 외벽에는 노을이 지는 간판을 달았다. 심지어 오픈 시간도 다섯시 반이다. 다섯시 반에 진심인 이곳, 내부도 달 모양 조명으로 꾸몄다. 매장에는 바 테이블, 작은 테이블 여럿과 큰 테이블이 있어 혼술족도 소규모 모임도 가능하다. 특히 루프탑은 최대 4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야유회나 단체 모임으로도 좋다. 양도 푸짐해 2차보다는 1차로 방문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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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쁜 매화·벽화에 홀리고 달콤한 열대과일 향에 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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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매화·벽화에 홀리고 달콤한 열대과일 향에 반하고

    겨울이 끝났다는 걸 알리는 비가 한두 차례 내리더니 기온이 꽤 높아졌다. 4월을 눈앞에 둔 세상은 이제 완전히 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새 계절의 향기를 즐기기 위해 봄나들이에 나섰다. 대구 달성군과 달서구에서 고택과 매화, 초가집과 벽화 그리고 수목원과 야생화를 만나고 왔다.■남평문씨본리세거지남평문씨본리세거지는 한반도에 목화를 도입해 대량 재배에 성공한 문익점의 후손이 대대로 살던 곳이다. ‘본리’는 행정구역명이며 ‘세거지’는 오랫동안 살아온 곳을 의미한다. 이곳은 2016년 드라마 ‘달의 연인’을 통해 우아한 고택과 주변의 아름다운 목화, 매화가 널리 알려져 특히 유명해졌다.세거지는 문익점과 관련 있는 곳이어서 입구에는 대형 문익점 좌상이 설치됐다. 좌상을 중심으로 뒤쪽은 고택과 목화밭, 왼쪽은 연못, 오른쪽은 매화밭이다.주말이면 길이 막힐 정도로 세거지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좌상과 매화밭이 함께 들어오는 사진을 찍으면 그야말로 명장면이다. 또 세거지를 배경으로 삼아 목화밭을 찍어도 훌륭한 풍경사진이 된다. 하이라이트는 홍매화와 백매화가 어우러진 매화밭이다. 만개한 매화가 훌륭한 배경이 돼 주기 때문에 어디에서 찍더라도 ‘인생샷’이 완성된다.충분히 사진을 찍었다면 세거지를 한 바퀴 둘러볼 차례다. 고택 안에는 아무 때나 들어갈 수는 없고 문화해설사에게 미리 문의하면 안내를 들으며 살펴볼 수 있다. 일단 문익점 좌상을 중심으로 오른쪽 매화밭을 지나 세거지 담장과 골목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본다.세거지 주변 논밭에는 봄을 알리는 풀과 야생화가 하나둘씩 머리를 내민다. 흙담장으로 둘러싸인 골목길 안에는 아직 떠나기 싫어하는 겨울마저 따스한 햇살을 즐기고 있다. 키가 큰 나무들이 세거지 곳곳에 우뚝 서 즐거워하는 여행객에게 미소를 보인다. 수령 100년을 넘은 보호수인 소나무와 회화나무의 높이에서 세거지의 깊은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매화밭, 목화밭, 세거지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연못으로 자리를 옮긴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다. 고택과 연못 그리고 두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도 좋은 그림이 된다. 하지만 연못은 사진보다는 주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따스한 봄 햇살을 즐기는 게 더 제격이다. 집에서 미리 내려온 드립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신다. 코를 간질이는 게 커피 향인지 봄의 내음인지 헷갈릴 즈음 춘곤증마저 느껴진다. 확실히 봄은 봄이다.■마비정 벽화마을남평문씨본리세거지에서 자동차로 천천히 5~6분 정도 달리면 마비정 벽화마을이 나타난다. 2013년 ‘런닝맨’, 2020년 ‘동네 한 바퀴’에 등장해 유명세를 얻은 마을이다. 담장에 대충 그림만 그린 다른 벽화마을과는 달리 동네 전체가 그림에 파묻혀 벽화와 어우러진 곳이어서 신기한 분위기를 주는 공간이다.벽화마을 입구에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벽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그려졌다. 마을을 찾은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바로 위 공터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잔파를 다듬는다. 한 남성 어르신은 무얼 그리 잘못했는지 다른 여성 어르신에게서 잔소리를 듣는다.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동네 사람으로서의 정이 담긴 잔소리다.초가집의 노란 벽에는 소나무 고목과 하트, 그리고 낡은 창살이 그려졌다. 노란 볏짚 지붕과 색이 바랜 벽화가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초가집 벽과 담장에는 곶감과 항아리가 담겼다. 인근 마비정마을회관 담장 그림에서는 개구쟁이들이 신나게 놀이를 즐긴다. 농촌체험전시장의 나무 담장에는 펌프와 물장수 지게가 그려졌다. 지게를 지는 척하거나 펌프 손잡이를 누르는 척하면서 재미있는 사진을 찍는 장소다. 마을 곳곳의 담장에는 노란 금잔화가 수줍게 머리를 내미는 중이다.■대구수목원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구수목원에 들렀다. 자동차로 남평문씨본리세거지에서 3~4분, 마비정 벽화마을에서 9~10분 걸리는 곳이다. 두 곳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봄기운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기대했던 대로 대구수목원에는 봄의 향기가 흘러넘친다. 곳곳에서 파릇한 풀이 피어나고 노란 개나리는 환한 미소로 만개해 화사한 햇살을 만끽한다. 많은 사람이 점퍼를 벗어던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하는 중이다.선인장‧다육식물원에는 분홍색 제라늄과 부겐빌레아가 활짝 피어 선인장으로 가득 찬 실내 공간을 환하게 빛낸다. 산책하러 나온 노부부는 식물원 앞에 활짝 핀 하얀 매화와 노란 개나리를 연이어 바라보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담는다. 식물원 앞의 분재원 앞에는 뒤집어놓은 항아리를 배경으로 매화가 하얗게 피었다. 산책객들은 뜻밖의 풍경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파란 잔디가 하나둘씩 머리를 내미는 잔디광장 맞은편 화목원에서는 노란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 그렇지 않아도 올봄에는 수선화를 구경하러 갈 생각도 했는데 뜻하지 않게 대구에서 만나게 됐다.대구수목원 중앙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이색적인 시설이 나온다. 바로 바나나, 멜론 등 열대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린 열대과일원이다. 지금 과일이 열렸는지 궁금했는데, 입구 쪽에 새파란 바나나가 줄기째 주렁주렁 달렸다. 카사바 등 여러 식물 사이로 파파야 열매가 보이더니 과일원 끝부분을 돌아서자 만백유, 레몬 등 연노란색 과일 수십 개가 상큼한 향기를 풍긴다.손을 내밀어 눈앞에 매달린 과일 하나를 따 먹고 싶다는 충동을 누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신기한 마음과 아쉬운 심정을 함께 남긴 채 대구수목원 산책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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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플 천만 날개 달까… ‘범죄도시4’ 개봉박두

    강력한 펀치 한 방 날렸을 뿐인데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만 같다. 배우 마동석의 맨주먹 액션을 볼 수 있는 ‘범죄도시4’가 24일 스크린에 걸린다. 새로운 악당과 진화한 액션으로 꾸며졌다. 현재 극장가는 영화 ‘파묘’ 흥행 이후 활기를 되찾고 있어 ‘범죄도시’ 새 이야기가 이런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시원하고 통쾌한 액션‘범죄도시’ 시리즈의 궤를 하나로 뚫는 건 ‘권선징악’ 서사다. ‘괴물 형사’로 불리는 마석도 형사가 나쁜 놈들을 응징하고, 그들에게 시원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룬다. 관객들은 마석도 형사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 응징’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곳곳에 나오는 유머러스한 대사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이번에도 마석도 형사를 연기한 마동석의 활약이 눈부시다. 마동석은 이 영화의 주연뿐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했다. 악당은 더 극악무도해졌고, 세력도 더 커졌다. 경찰들이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면서 협업 반경이 사이버수사대까지 넓어진다. 마동석은 잔기술보단 큰 주먹 위주의 복싱 기술을 선보이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전한다. 마동석은 4편의 액션 스타일에 대해 “1, 2편의 복싱 슬러거 스타일과 3편의 인파이팅, 아웃파이팅을 합쳤다”며 “무겁고 묵직한 느낌을 더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육체+두뇌 ‘악당’1편에 악당 윤계상, 2편 손석구, 3편에 이준혁이 있다면 이번엔 김무열과 이동휘가 있다. 김무열은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악당 ‘백창기’를 맡았다. 특수부대 용병 출신이라 몸 쓰는 일에 능숙한 ‘인간 병기’다. 백창기가 ‘육체형’이라면 이동휘가 연기한 장동철은 ‘두뇌형’ 악당이다. 백창기와 애증의 관계에 있으면서 마석도와 대치하는 캐릭터다.김무열은 이번 작품에서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특히 나이프 격투술과 단검술을 날렵하게 선보인다. 김무열은 백창기를 연기하기 위해 몸무게를 10kg가량 증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열이 마석도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장면은 이번 작품의 백미로 꼽을 수 있다. 김무열은 “백창기라는 인물은 사람을 해치는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극장가 ‘봄’ 이어갈까현재 극장가는 ‘파묘’ 흥행 이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어 ‘범죄도시4’가 이런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3월 한국영화 산업 결산’을 살펴보면 월간 전체 매출액은 116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발발 직전 3개 연도(2017~2019년) 3월 평균 월간 매출액 1143억 원의 102% 수준이다. 팬데믹 전보다 더 높게 나타난 셈이다.한국영화 매출액과 한국영화 월간 관객 수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영화 매출액은 월간 매출의 70%에 가까운 803억 원을 기록했다. 역대 3월 한국영화 매출액 사상 최고치다. 3월 한국영화 월간 관객 수 역시 829만 명으로 이 또한 팬데믹 직전 3개 연도 월평균인 618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4월은 통상 극장가 비수기로 여겨지지만, ‘범죄도시’ 시리즈가 지금까지 모두 비수기에 관객을 만났고 모두 좋은 성적을 냈다는 점에서 기대해볼 만하다. 1편은 10월, 2편은 5월, 3편은 5월에 개봉했는데 이 가운데 2·3편은 ‘천만 영화’에 올라 한국 시리즈 영화 사상 첫 ‘쌍 천만’을 기록했다. 출발 신호도 좋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실시간 예매율을 보면 16일 정오 기준 ‘범죄도시4’는 예매 관객 수 15만 5114명으로 전체 예매율 65.3%를 차지해 1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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