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혼욕 안돼!” 송도에 여성 전용 해수욕장 있었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부산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욕장과 공설운동장, 최고 수준의 골프장이 있었다. 그 시절에도 부산사람들은 부산체육회를 설립해 전국 규모의 축구대회를 지방에서 처음 개최하는 등 제2 도시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 같은 사실은 부산 출신으로 한국 근대스포츠사를 연구해 온 손환 중앙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최근 발간한 <부산의 근대스포츠 산책>에서 밝혀졌다.우리나라 최초의 공설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 부산에 거류하던 일본인들이 송도유원주식회사를 설립하고 해수욕장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조선에는 원산해수욕장에만 다이빙대가 있었는데 1925년 송도에 2개가 설치되며 명물이 되었다. 여름철에는 매일 1시간마다 남빈(자갈치시장과 부산공동어시장) 도선장에서 배를 운항해 만원의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1927년에는 송도 남쪽 해안에 여성 전용 해수욕장을 신설했다. 당시 경성운동장 수영장에서의 남녀혼욕(?)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931년부터 송도해수욕장은 연간 15만 명이 넘게 이용했다고 한다. 1935년 부산 인구가 18만 3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최초의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은 조선 최고의 피서지였다.1918년 지금의 서구청 자리에 최초의 공설운동장인 부산 대정공원 운동장이 들어섰다. 대정공원 운동장은 지금까지 최고(最古)라고 알려진 인천 웃터골운동장보다 2년 6개월 전에 건설되어 체육사적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 5000여 평의 대정공원 운동장에서는 야구, 정구, 스모, 자전거 경주 등 각종 경기가 열렸다. 바다사상의 함양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운동장 아래 해안에 수영장을 설치하고 소학교 학생들에게 수영을 가르치기도 했다. 일본스모협회가 스모의 흥행을 위해 부산에 와서 경기를 열고 묘기를 보여 줬다는 기록도 이채롭다.대정공원 운동장이 협소하게 느껴지자 1928년 야구장, 정구장, 육상경기장을 갖춘 부산공설운동장(구덕운동장)을 만든다. 부산공설운동장은 당시 경성운동장의 뒤를 잇는 최대, 최고 규모의 운동장이었다. 운동장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차 노선 연장까지 이루어질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부산공설운동장은 경성 중심에서 벗어나 지방 근대스포츠의 활성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전체 한국 근대스포츠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1911년 일본인에 의해 개발된 해운대온천은 1934년 동해남부선 부산~해운대 철도 개통으로 빛을 본다. 여름철이면 송도해수욕장으로 쏠리던 피서객들이 철도 개통 이후 대거 해운대로 향한 것이다. 동아시아의 관문인 부산에 골프장이 없다며 부산의 대외적인 체면을 위해 골프장 건설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1933년 개장한 해운대골프장은 조선 제일의 잔디 상태와 코스로 한국 골프 발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부산 유지들은 1928년 조선인으로 구성된 부산체육회를 설립했다. 부산체육회는 조선의 제2도시 부산이 한 번도 전 조선적 경기대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유감을 표시하며 1936년 제1회 조선축구대회를 개최했다. 경성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출전한 이 대회 당일에는 JBAK 부산방송국(KBS 부산방송총국의 전신)에서 중계방송을 했다. 대회 중계방송은 당시 조선에서 2번째였고, 지방에서 개최되는 대회에서는 처음이었다. 부산체육회는 1936년 초량정 봉래각에서 손기정과 남승룡의 입상 축하회를 개최하는 등 부산 근대스포츠의 보급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지만 1938년 일제에 의해 해산되고 만다. 손 교수는 “부산은 근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최초·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곳이 많다. 하지만 한국 근대스포츠사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부산 근대스포츠사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신화가 된 과학자 이휘소, 핵개발 의혹 사망설은 소설”
<대한민국 과학자의 탄생>이란 제목이 인상적이다. 그동안 한국에 과학자가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이름이 떠오르는 과학자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한국에도 감동을 주는 탁월한 과학자들이 있었다. 어려운 시대 상황에서도 미지의 과학 세계에 도전하고 그 길을 개척한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한국이 있다. 전북대 김근배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15년간의 연구를 통해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근현대 과학인들의 삶을 발굴해 냈다. 초창기 자연과학자 30명의 이야기, 어쩌면 그렇게도 영화 같은지 모르겠다. 이 책은 출생순에 따라 한국인 최초의 화학자 리용규부터 시작한다. 그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노동 이민을 떠난 뒤 미국 본토로 건너가 주경야독의 만학 끝에 조선인 최초로 화학 전공 석사 학위를 받는다. 서당만 다닌 사람이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려면 대체 공부를 얼마나 했을까 싶다. 조선으로 돌아와 숭실전문 교수로 일하다 북한으로 올라간 뒤 행적은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김량하는 일제강점기 일본 최고의 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에서 쌀 배아 성분과 비타민E 연구를 했다. 특히 비타민E 연구법을 가장 먼저 개발해 한국인으로서는 노벨상 후보로 처음 거론되기도 했다. 일본 유학 시절 그의 신혼집은 마치 조선인 학생 구락부 혹은 만남의 광장 같았다니 성격도 활달했던 모양이다. 1945년에는 부산수산전문학교(부경대 전신) 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일제로부터 학교를 접수하고, 학교의 주요 자산이었던 실습용 배를 되찾았다. 학교를 위해 활발한 계획을 세웠지만 이듬해에 억울하게도 파면되고 만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남쪽으로 피난했지만 일이 있어 잠깐 서울로 올라갔다가 납북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방 직후 남대문 시장 쓰레기 더미에서 <미국수학회보>를 발견하고, 거기 실린 미해결 문제를 풀어서 보내 그곳 논문에 게재된 영화보다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있다. 대수학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천재 수학자 리림학이다. 그의 논문은 해방 후 한국 연구자가 국내에서 연구한 성과를 영어권 해외 학술지에 발표한 첫 사례였다. 그는 1953년 부산에서 화물선을 타고 캐나다로 건너가 2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부인은 “남편의 삶은 수학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 정부와 불편한 관계였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그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나비 이름의 3분의 2 이상은 ‘나비 박사’ 석주명이 지은 것이다. 그는 평생에 걸쳐 75만 개체에 이르는 나비 표본을 수집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도 피난을 가지 못하고 서울에 머물렀다. 하긴 목숨보다 귀한 그 많은 나비 표본을 두고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불에 탄 과학박물관 재건회의에 가는 길에 공산당으로 오인돼 총을 맞아 사망했다니, 이 얼마나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인가. 이휘소는 한국이 자랑하는 가장 저명한 이론물리학자다. 당대 물리학에서 가장 앞서갔던 그의 연구는 스티븐 와인버그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이휘소를 ‘노벨상 메이커’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불과 41세 때 대형 트럭과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 뒤 한국의 원자폭탄 개발 비밀 프로젝트에 연루되었다는 허구를 담은 소설이 인기를 얻으며 이휘소는 잘못 신화화되고 말았다. 연구자들은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해 그의 연구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책을 덮고 나니 우리가 한국의 과학자들을 잘 모르는 이유가 이해된다. 많은 과학자가 월북하거나 납북되었다. 한국전쟁과 이념 갈등은 여러 과학자의 목숨을 앗아갔고, 독재 정권의 통치는 해외에 체류하던 과학자들의 발을 붙들었다. 그나마 남은 과학자들조차 이념으로 재단되어 배제되고 지워졌다. 이제 기억해야 할 이름들을 마음에 새긴다. 그 어려운 시절에도 그렇게 열심히 과학을 했는데, 지금 우리는 뭘 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 김근배·이은경·선유정 지음/세로북스/752쪽/4만 9000원.
[이 주의 새 책] 있는 힘껏 산다 外
■하이힐을 신고 휠체어를 밀다 누구보다 자신감이 없던 그녀는 열아홉 살에 임신을 한 채 집을 뛰쳐나왔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이 중증의 뇌성마비였다. 절망에 빠져 있다 어떻게 지금은 전국을 다니며 강연하고,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하고 있을까. ‘자립은 의존할 곳을 늘리는 것이다’라는 책 속 문장이 뇌리에 꽂힌다. 하타케야마 오리에 지음/김여울 옮김/더봄/272쪽/1만 8000원. ■있는 힘껏 산다 그 자리에서 묵묵히 애쓰는 식물의 모습은 경이롭다. 그 모습이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 역시 유한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을 키우듯 자신을 키우는 창조성 코치이자 강연자로 꾸준히 활동 중인 저자의 두 번째 에세이집이다. 살다 보면 문득 마주치는 ‘길을 잃은 것 같을 때’를 위해 식물로부터 배운 삶의 기술을 담았다. 정재경 지음/샘터사/248쪽/1만 8000원. ■질병 해방 현대 의학은 암, 치매, 당뇨, 심장병 등을 별개의 질병으로 보고 각각 대처한다. 하지만 ‘의학 3.0’은 이 질병들이 노화 질환이라는 긴 스펙트럼 상의 한 질병 과정이며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본다. 운동, 식단, 수면, 정서 건강에 지금 당장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잘사는 삶을 위한 지침서다. 피터 아티아,빌 기퍼드 지음/이한음 옮김/부키752쪽/2만 8000원. ■어른의 대화 공부 말 한마디 잘못하면 한 방에 가는 시대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앞다퉈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선임하는 이유가 있다. 불편함을 티 내지 않는 말투, 상처 주지 않는 태도는 배워야 한다. 무례한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해 관용을 베풀거나, 자리를 떠나라고 대답한다. 켄지 요시노,데이비드 글래스고 지음/황가한 옮김/위즈덤하우스/324쪽/1만 8500원. ■호러,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어린 시절 납량특집 ‘전설의 고향’을 이불 뒤집어 쓰고 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무서우면서도 왜 궁금했을까. 이 책은 호러 장르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흡인력 강한 에세이부터 호러에 대한 기본 지식, 호러에 대해 궁금했던 점, 국가별 호러의 특징, 추천작 소개, 미발표 단편까지 알찬 호러 선물 세트를 표방한다. 남유하 지음/구픽/248쪽/1만 5000원. ■황금, 불멸의 아름다움 황금의 미적 가치는 수천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영원한 것은 황금이지, 인간이 아니다. 저자는 그 어느 지역보다 황금 문화가 발달했던 유라시아 유목민들의 황금 문화와 그들의 미적 가치를 재평가한다. 문명 간 교류의 상징인 실크로드를 통해 동아시아로 유입된 초원의 황금 예술품이 고대문화의 교류와 사회 형성에 미친 가치를 파악한다. 강인욱 지음/서해문집/336쪽/2만 5000원.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9인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삶의 조건 두 가지를 소개한다. 바로 호기심과 쓸모없음이다. 호기심에 이끌릴 때 연구 과정은 그 자체가 보상이다. ‘쓸모없음’은 호기심을 더욱 본질적으로 따르기 위한 필수적인 가치다. 현재의 시선으로 유용함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연구할 때는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브라이언 키팅 지음/마크 에드워즈 그림/이한음 옮김/다산초당/272쪽/1만 8500원.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개소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이 지난 24일 보건복지부 지정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개소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고 26 밝혔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 조기 진통, 임신성 고혈압 질환, 산후출혈 등 고위험 산모와 이른둥이나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 신생아가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전문 시설이다. 2022년 12월 보건복지부 지정 이후 지난달 해운대백병원 6층에 개소했다. 통합치료센터는 산모·태아 집중치료실(8개 병상)과 분만실(14개 병상), 신생아 집중치료실(21개 병상), 수술실, 신생아 소생실 등을 갖춰 태아 수술부터 고위험 산모의 분만, 신생아 관리까지 안전성을 높였다. 태아 집중 감시장치와 초음파 장비, 유아 가온 진료대 등 최신 장비도 추가로 도입했다. 또한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과와 신생아과, 소아외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전문의가 협진하는 다학제 진료로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증외상센터 등과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연계 체계도 강화한다. 해운대백병원 김성수 원장은 "우리나라 전체 출산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집중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 산모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고위험 산모와 태아, 신생아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 병·의원과 긴밀하게 연계해 우리 권역 내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센터장인 산부인과 조현진 교수는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모든 종류의 태아 치료와 산모 치료가 가능한 센터"라며 "낮은 수가와 높은 위험 부담 등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에 대한 필수 의료를 제공해 지역 거점병원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4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개막… 6일간의 여정 시작
올해로 41회째를 맞은 부산국제단편영화제가 6일간의 일정에 돌입한다. ‘영화&현실(Cinema&Reality)’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는 43개국, 13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25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개막식을 연다. ‘영화&현실(Cinema&Reality)’을 주제로 열리는 제4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영화의전당,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일대에서 진행된다. 올해 개막작은 영화제 개최 이후 처음으로 초청작이 아닌 국제·국내 경쟁작품 중에서 선정됐다. 이탈리아 작품 ‘다이빙’, 필리핀 작품 ‘진짜 맹세해’, 국내 작품 ‘내 어머니 이야기’ 등 3편이 개막작으로 선정돼 상영된다. 이날 오후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는 개막식 사전 공연으로 세계 유일 드론 드로잉 작업자인 오중석 작가와 반도네온 아티스트 김종완 연주자가 함께하는 ‘드론 드로잉 퍼포먼스 콘서트’가 진행된다. 개막공연으로는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쥬세피나 토레(Giuseppina Torre)의 ‘시네콘서트’가 열린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를 올해 주빈국으로 선정하고 이탈리아의 다양한 단편영화를 상영한다. 영화제 측은 2012년부터 매년 1개 국가를 주빈국으로 선정해 해당 국가의 단편영화와 역사, 문화, 예술 등을 소개하고 있다. 21세기 영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보는 ‘부산국제트랜스미디어포럼 2024’ 행사도 마련됐다. ‘현실과 가상’을 주제로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포럼에서는 인공지능, 버추얼 프로덕션 등이 만들어 나갈 영화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올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국제 경쟁 39편, 한국 경쟁 20편을 포함해 총 43개국 13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오는 30일 오후 7시 열리는 폐막식에서는 4개 부문 12편의 수상작을 발표하고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 세 편을 폐막작으로 상영한다. 제4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티켓은 영화의전당 홈페이지와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잠깐 읽기] 국민이 못 사는 혁명, 안 한 것만 못하다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360만 명이다.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28%가 한국인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베트남이 가까워진 것이다. 그렇다면 응우옌푸쫑이란 이름을 들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는 2011년 공산당 총비서에 선출, 2018년부터 국가주석까지 겸직하고 있다. 호찌민 이후 처음으로 최고의 요직을 겸직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어쩌면 가깝다고 생각만 하는 베트남을 잘 모르는 것은 아닐까. <베트남 총비서 응우옌푸쫑>은 전 세계 어디서도 출간된 바 없는 응우옌푸쫑 베트남공산당 총비서(80)의 생애사를 다룬 최초의 책이다. 한국 작가가 써서, 한국의 출판사가 출간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집필 초기에 주한 베트남 대사가 “총비서는 매우 겸손한 분이라 책을 내는 것과 관련해 인터뷰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귀띔한 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문학가 겸 다큐멘터리 PD인 저자의 노력에 힘입어 두꺼운 책이 완성됐다. 저자는 총비서의 소련 유학 시절 박사논문과 대학 졸업논문까지 꼼꼼히 찾아 반영했다. 대학 동기들과 기자 시절 동료들이 증언한 여러 자료들을 샅샅이 뒤졌다. 베트남공산당 기관지 <공산잡지> 기자로 들어가 30년가량 ‘펜의 복무’를 했다는 부분이 눈에 띄는 게 사실이다. 거기서 어떤 기사를 썼는지도 책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하노이시 당비서, 국회의장을 거쳐 베트남 국가권력 서열 1위에 오르는 과정이 다큐처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혁명을 하고도 국민들이 못 산다면, 혁명을 안 한 것만 못하다.” 그는 호찌민 주석이 남긴 이 유훈을 늘 가슴에 새기고 산다. 조철현 지음/라운더바우트/420쪽/2만 5000원.
[잠깐읽기] 실체 없는 불안에서 벗어나는 법
서울대 김영민 교수는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매일 아침 죽음을 떠올리며 얻는 ‘하루의 원동력’에 대해 말한다. 죽음이 항상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고 생각하면, 주어진 하루가 새삼 귀하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매일 반복되는 24시간을 먼지로 여길지 금으로 여길지는 온전히 각자의 마음에 달렸다. 마음은 개인의 삶도 휘두른다.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이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축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똑같은 하루를 보내더라도 사람마다 만족감이 제각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책 <마음의 안부를 묻는 시간>은 ‘욕먹을까 봐’, ‘실수할까 봐’, ‘버림받을까 봐’ 등 여러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마음 쉼터다. 부산에서 독서 치유 상담사로 활동 중인 저자가 25명의 마음을 들여다본 기록을 바탕으로 불안감의 원인, 해결 방법 등에 대해 써 내려갔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망상 불안’으로 고통을 호소하던 이들이 상담을 통해 변해가는 과정이 책 속에 생생하게 녹아있다. 저자는 ‘불안(不安)’을 ‘안(安)’으로 바꾸려면 불안을 일으키는 감정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불안을 일으킨 생각에 이름을 붙이면 불안은 점점 힘을 잃게 된다는 설명이다. 불안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레고에서 블록 하나를 떼어내듯 손쉽게 편안함을 찾을 수 있다. 어릴 적부터 겪은 가정폭력에서 비롯된 망상 불안을 스스로 극복한 저자의 서사도 인상깊다. 어린 학생이 고맙다며 건넨 사탕이 아까워 아직도 보관만 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책 곳곳에서 따스함이 묻어난다. 타인의 평가가 무서워 자신을 감춰왔다는 저자는, 역경을 딛고 책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디다봐 학교’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지금 이 순간, 왜인지 모를 불안함을 갖고 있다면 책에 상담 신청해 보는 것은 어떨까. 윤주은 지음/문예춘추사/280쪽/1만 6800원.
혐오스런 청바지의 일생으로 살펴본 이 시대의 불공정
옷장을 열어보라. 당신은 청바지를 몇 벌이나 가지고 있나. 나는 세어보니 네 벌이었다. 누구나 몇 벌씩의 청바지는 가지고 있다. 가장 흔한 옷 중 하나. <지속 불가능한 패션 산업에 이의를 제기합니다>는 우리가 흔히 입고 버리는 청바지를 통해 현 패션 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부제가 거의 느와르급이다. ‘훼손, 오염, 유린과 착취로 뒤범벅된 청바지 잔혹사’다. 패션 기업가이자 연구자인 저자는 청바지의 탄생에서부터 소멸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철저히 뒤쫓는다. 미국 텍사스의 목화밭에서 출발한 그의 여정은 곧바로 중국 샤오싱의 방직공장으로 옮겨간다. 그곳에서 그는 염료와 화학약품으로 뒤범벅된 강물에 압도당한다. (청바지가 될) 면화는 왜 굳이 텍사스에서 지구 반대편 중국으로 건너갈까. 고민은 방글라데시의 닭장 같은 옷 공장에 이르러 분노로 바뀐다. 2014년 방글라데시에선 서구 의류 브랜드의 대규모 하청업체인 라나 플라자의 공장이 기계 무게와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했는데, 밖에서 걸어 잠근 방화문 때문에 1134명이 죽고 2500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어 저자가 찾아간 곳은 온라인 마켓 아마존 물류센터. 로봇처럼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곳을 거쳐야 비로소 우리는 한 벌의 청바지를 입을 수 있다. 저자의 여정은 여기(생산과 유통)에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가 청바지를 구매한 이후의 과정에도 문제는 계속된다. 우리는 채 몇 번 입지도 않고 싫증난 청바기가 분리수거함에 들어간 이후 어떻게 되는지 관심이 없다. 아니, 비록 나에게는 쓸모가 없어졌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물건이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라는 선한 기대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선한 의도와는 별개로 그렇게 버려지는 옷의 물량은 너무 많다. 처치불가. 결국 우리가 분리수거함에 헌 옷을 기부(?)하는 행위는 지구 반대편 누군가에게 엄청난 쓰레기를 떠넘기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길었던 저자의 여정은 아프리카 가나 크폰 매립지의 헌 옷 쓰레기산에서 비로소 끝이 난다. 수 년 전 이웃나라 르완다는 외국으로부터의 헌 옷 수입을 금지했다. 그런데 이런 결정이 당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트럼프는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에 따라 르완다에 부여하던 여러 혜택을 중단했고, 결국 르완다는 미국 쓰레기를 거절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산 의류를 미국에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전 세계에서 1년에 팔리는 청바지가 무려 12억 5000만 벌, 그중 미국에서만 4억 5000만 벌이 팔린다. 미국 여성들은 청바지를 평균 일곱 벌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미국산’은 없다. 왜일까. 저자는 몇 년에 걸친 ‘투어’ 끝에 마침내 결론에 도달한다. 모든 옷은 평등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종, 젠더, 계급, 지역 등 각종 차별 위에서 한 벌의 옷은 탄생한다. 패션은 원료 생산부터 의류 제작, 제품 유통, 폐기물 처리까지 시종일관 바닥 찍기 경쟁이다. 생산성은 높이고 원가는 낮추기 위해 (이 책의 부제처럼) 훼손과 오염, 유린과 착취를 일삼는다. 지금 입고 있는, 마냥 편하기만 하던 청바지가 갑자기 한없이 불편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책.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불편함을 새삼 깨달게 한 저자의 취재 열정(거의 세계일주 수준이다)과 날카로운 통찰에 경의를 표한다. 맥신 베다 지음/오애리·구태은 옮김/학고재/400쪽/2만 2000원.
“지금이 딱 성수기” 러닝크루 들어가서 무작정 뛰어보기 [혼잘알]⑥
“나는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는 게 싫어!” “전 혼자 있는 게 더 좋아요.” MBC 국민예능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남긴 말입니다. ‘혼생’이 더 즐겁다는 박명수의 어록은 수많은 ‘짤’을 탄생시킬 정도로 공감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사람과 친해지지 않아도, 친구나 애인이 없어도 나 홀로 재밌게 놀러 다닐 수 있는 방법을. 둘도 없는 '찐친'이 전하는 후기라면 더 살갑겠지요? 그래서 '츤데레 스타일 명수체’로 전해드립니다! 그러니 막말한다고 나무라는 것은 자제해 주시길^^ 어흐 피곤해! 어흐 어흐~ 봄이라 그런가 너무 피곤하네. 그런데 저 양반들은 무슨 힘이 남아돌아서 저렇게 아침부터 뛰어다니지? ~하는 생각, 많이들 해봤지? 요새 여기저기서 단체로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이잖아. 나도 궁금해서 찾아보고, 또 찾아본 김에 같이 뛰어도 봤어. 러닝에 관심은 있는데 소심해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은 잘 읽어보라고. 여럿이 뛰어다니는 이 사람들은 대부분 ‘러닝크루’야. 야외 러닝 동호회 같은 거지. 아마 당근마켓에서 “20, 30대 러닝크루 모집” 같은 광고 한 번씩 본 적 있을걸? 그동안 이런 광고가 보여도 대충 넘겼는데, 주말 아침에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직접 보니까 관심이 생기더라고. 마침 조깅하기에 딱 좋은 날씨잖아? 그래서 당근마켓에서 ‘러닝’을 검색해봤지. 러닝이 인기인지 웬만한 동네마다 동호회가 있더라고. 나는 남천동에 사니까 이쪽에서 활동이 활발해 보이는 모임에 가입신청을 했어. 간단한 자기소개를 적고 기다렸더니 승인이 됐는데, 모임 공지를 비롯한 소통은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하고 있었어. 링크를 눌러서 대화방에 입장을 했더니 환영 인사랑 이모티콘이 막 이어지는데 괜히 기분이 좋더라고. 내가 들어간 크루 이름은 ‘HIT THE HIGH’인데, 운영 방식이 나름 체계적이었어. 일단 매주 일요일에 ‘정규런’ 투표를 열어. 그렇게 참여 인원을 집계하고 인원이 많은 날에 정규런을 진행하기로 정하는 거지. 보통 저녁 7시 30분까지 광안리 바닷가나 수영강 쪽에 집결한 뒤에 6~7km 거리를 가볍게 뛰는 식이야. 참고로, 30년째 러닝을 즐긴다는 배우 유해진도 한 번에 7km씩 뛴다고 하더라고. 나는 목요일 정규런에 나가기로 했어. 평소 축구를 하니까 뛰는 건 자신 있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꽤 오래 뛰어야 한다는 게 좀 걱정이 됐어.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쭈구리걸랑…. 또 하나 큰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미세먼지야. 하필 정규런 당일에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이었어. 참여 투표했던 한 명이 ‘오늘은 패스’ 선언을 하더라고. 나도 고민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강행하는 분위기인거야. 나도 이왕 뛰기로 한거, 에라 모르겠다~하고 나가봤어. 집결지는 민락 회센터 쪽 모 상가 앞이었어.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어색하게 인사하고 모두 모일 때까지 기다렸지. 이날 인원은 총 11명인데, 나를 포함해서 처음 온 신입이 4명이었어. 인원 체크가 끝난 뒤엔 운영진인 황규연(29) 씨가 인근 공터로 안내했어. 부상 방지 차원에서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고 나면 바로 출발이야. 내가 뛰었던 광안리 코스는 이래. 위에 지도를 봐도 되고. 밀락더마켓 인근에서 출발해서 광안해변로를 따라 뛰다가 ‘광안리 해양레포츠센터’에서 바닷가 쪽으로 꺾어. 그리고 삼익비치타운 근처 산책길 알지? 거기가 광안해변로 54번길이거든? 54번길 끝까지 뛰면 ‘남천동매립지 방파제’로 가는 길이 있는데, 그 길을 조금 더 뛰면 반환점이야. 반환점으로 출발할 때는 초심자도 뛸 수 있도록 페이스를 조절해. 처음 온 신입들이 맨 앞에서 뛰고, 숙련자들이 맨 뒤에서 뛰는 식이지. 그렇다고 마냥 천천히 뛰는 건 절대 아니야. 포털사이트 지도상으로는 도보로 40~50분이 걸리는 거리를 7분 40초 만에 주파했어. 단체로 야외에서 뛰는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 애초 운동을 목적으로 모여서 그런지 묵묵히 뛰기만 해도 어색하지 않더라고. 그리고 혼자였으면 조금만 지쳐도 중간에 쉽게 멈췄을 텐데, 다 같이 뛰다 보니까 페이스에 맞춰서 끝까지 달리게 되는 것도 좋았어. 반환점에 도착해서는 다들 숨을 헐떡이면서 잠시 쉬었어. 힘들긴 해도 기분은 상쾌하더라. 간단히 기념 촬영도 했는데, 다들 땀 범벅이라 일부러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찍었어. 문제는 이 코스를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거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더라고. 이미 더워 죽겠는데…집도 가깝겠다, 그냥 나는 집에 가겠다고 할까 생각도 잠깐 들었어.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뛴 거야. 돌아갈 때는 개인 페이스대로 자유롭게 뛰어도 괜찮았어. ‘남자들끼리 빡세게 뛰어보자’는 말에 자극을 받아서 막 뛰었는데, 분수를 모르고 고수들 속도에 맞춰서 빨리 뛰다가 오버페이스를 해버렸네? 10년 넘게 한 축구가 소용이 없었다 이거야. 하는 수 없이 나랑 페이스가 비슷한 멤버 2명이랑 같이 뛰었어. 돌아가는 길 내내 들었던 생각은 ‘혼자 뛰었으면 절대 불가능했겠다’는 거였어. 같이 뛰는 러닝메이트들이 있으니 반강제로 뛰는 거지, 옆에 아무도 없었으면 지쳐서 걸었을 게 뻔했어. 함께 뛴 2명도 러닝크루 활동의 최고 장점이 동기부여라고 입을 모았어. 혼자 뛸 때는 한 번에 주파하지 못할 코스인데, 단체로 뛰면 어떻게든 해내게 된다는 거지. 나도 러닝메이트들 덕에 복귀 코스는 6분대를 기록할 수 있었어. 나 정도면 잘 뛰는 거다? 처음엔 왕복에 총 1시간이나 걸린 사람도 있대. 가는 길은 어찌저찌 같이 뛰었는데, 돌아올 때는 지쳐서 거의 걸어온 거지. 이렇게 얘기하면 ‘나도 못 뛰면 어떡하지’ 싶을 수 있는데, 운영진이 마지막까지 러닝메이트 역할을 해주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괜찮아. 이날 초심자들도 대부분 10분 내외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어. 그리고 꾸준히 뛰면 무조건 실력이 올라간대. 처음엔 제대로 뛰지도 못했는데, 크루 활동 한 달 반 만에 ‘복귀 5분 컷’을 달성한 여성 회원도 있어. 물론, 애초부터 잘 뛰어서 4분 대에 돌아오는 ‘괴물’도 있고. 의외였던 점은 여성이 많았다는 거야. 야외 스포츠인 만큼 평소엔 남성 비율이 더 높다고 하던데, 이날은 여성이 6명, 남성이 5명이라 이례적으로 여초였어. 요새 러닝이 여성들 사이에서도 유행이라 하더라고. 이날 신입 4명 중에도 나를 뺀 나머지 3명이 모두 여자였어. 여성 비율이 높으면 이성과 교제를 노리고 들어오는 ‘불순분자’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 크루는 비교적 클린하게 운영되고 있었어. 술 모임 등 친목 위주로 돌아가는 러닝 크루도 있는데, 여긴 철저히 러닝 위주로 일정을 잡아. 그래서 그런지 이날도 마무리 체조를 하고 해산하면서 밥 먹을 사람을 모았더니 남자 5명만 남더라고. 다같이 돼지국밥 한 그릇씩 먹고 깔끔하게 헤어졌어. 식사하면서 러닝의 이점을 물었더니 공통적으로는 심폐지구력이 크게 좋아지는 걸 꼽았고, 잠이 잘 와서 생활습관이 좋아졌다거나 체중관리가 쉽다는 등 다양한 얘기가 나왔어. 운영진인 규연 씨에 따르면 야외 러닝은 계절과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금이 완전 성수기래. 실제로 단체 대화방에 수시로 사람이 드나들고, 총 인원이 150명에 달해. 정규런 참여자도 보통 한 자릿수였는데 요새는 10명을 쉽게 넘기고, 참여자가 많아지니 정규런 횟수도 많아졌어. 매주 1, 2회 진행하던 게 4, 5회까지도 늘어난 상황이야. 시간과 장소만 맞으면 소수 인원으로도 가능한 ‘번개 런’도 잦아졌어.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모닝 런’을 즐기는 회원들도 있으니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고. 아, 그런데 같이 뛰어보고 싶다면 러닝화는 필수야. 러닝화도 종류가 여럿인데 쿠션화와 레이싱화로 대별돼. 레이싱화는 반발력이 좋지만 부상 위험도 크기 때문에 초보자는 무조건 충격 흡수가 잘 되는 쿠션화를 신는 게 좋아. 뛴 거리나 걸린 시간 등 기록을 재고 싶다면 나이키에서 개발한 ‘런 클럽’ 앱을 미리 설치하고 써보는 걸 추천해. 또 땅을 디딜 때 발의 어느 부분이 먼저 닿을지도 신경 쓰는 게 좋아. 발 앞부분이 지면에 먼저 닿는 ‘포어풋 스트라이크’는 에너지 소모가 커서 단거리 달리기에 적합하고, 중장거리는 발바닥 중간 부분이 먼저 닿는 ‘미드풋 스트라이크’와 발 뒤꿈치가 먼저 닿는 ‘리어풋 스트라이크’(힐 스트라이크) 중 자신의 몸에 맞는 방식으로 뛰면 돼. 둘 중 어떤 방법이 효율적이고 안전한 지를 놓고는 학계에서도 수십 년째 의견이 분분해. 한때는 리어풋 스트라이크가 무릎 등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이 큰 잘못된 주법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리어풋과 미드풋의 경우 각각 근육과 관절이 받는 부하량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 몸에 맞는 방식으로 뛰면 된다는 게 스포츠 의학 전문가들의 분석이야. 연구에 따르면 미드풋 러너들은 발목, 아킬레스건, 종아리의 부상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리어풋 러너들은 무릎, 고관절, 햄스트링, 족저근막의 부상 빈도가 높다고 하니 자기 약점을 잘 파악해서 뛰란 말이야. 전문가들은 부상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달리려면 발이 땅에 닿는 횟수인 ‘케이던스’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 과한 보폭(오버 스트라이드)으로 뛰면 몸이 받는 충격이 크고 소모되는 에너지도 많은데, 케이던스를 높이면 이런 위험을 피할 수 있는거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적정 케이던스는 분당 180걸음이니까 러닝할 때 이걸 반영해서 뛰어보라고. 난 우리 크루들이랑 또 뛰러 가야 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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