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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자민련 정서 탓?… 국힘 참패 원인 제대로 못 짚었다

영남 자민련 정서 탓?… 국힘 참패 원인 제대로 못 짚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4·10 총선 참패 원인으로 ‘영남 자민련’ 정서를 지목하면서 ‘수도권 중심 정당’이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대 의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21대에 이어 연속으로 대패한 것이 전체 총선 성적표를 좌우했다는 점에서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이런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그러나 ‘영남 편향’이 당의 장기적 극복 과제임은 분명하나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영남 정서를 거론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데다, 자기 파괴적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일부 비영남 당권주자들이 정치적 셈법 때문에 과도하게 이런 논리를 부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이와 관련,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25일 4·10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영남 자민련’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수도권 민심과 전혀 다른 얘기들이 중앙당에서 계속 내려오는 상황에서 개개인 후보가 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라는 게 너무 협소해진다”며 “수도권 중심으로 당이 개편되고 수도권에서 낙선한 분들의 목소리가 절대적으로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했고, 경기 고양병에서 낙선한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은 “영남 자민련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당의 미래는 없다. 영남 당선자들께서도 자기희생을 해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총선 패배 직후부터 당의 ‘영남 중심’ 문제를 들고 나온 5선의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영남 의원들에게 ‘수도권 감수성’이 없는 건 존재적 한계에 가깝다”며 “영남 의원들이 수도권 험지 원외위원장들과 낙선 인사를 같이 다니면서 ‘지옥’을 체험해봐야 한다”고까지 언급했다. 당 주류인 영남 인사들이 수도권 민심에 대한 감수성이 전혀 없는 것이 총선 패배의 이유라는 인식이다.반면 이런 인식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익히 알다시피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결정적으로 불리해진 계기는 ‘이종섭·황상무 논란’과 ‘대파값’ 발언 등으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의 독선·불통에 대한 심판 정서였는데, 이를 영남 주류의 문제로 돌리는 게 논리적으로 맞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운 총선 지휘부의 주력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장동혁 사무총장, 인재영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 등 비영남 출신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국 정당을 위해 영남 편중은 당연히 해소해 나갈 과제이지만, 총선 패인을 이와 결부시키는 건 다분히 표피적이고 감정적 진단”이라며 “수도권의 ‘울분’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영남 민심을 폄훼하고 내부 분열을 부르는 언행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PK(부산·울산·경남)의 경우, 21대에 비해 의석수는 늘었지만 전체 40석의 절반가량이 접전지로 분류되는 등 수도권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도 ‘영남 텃밭’으로 치부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수도권의 낡은 인식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날 여의도연구원 토론회에 참여한 서지영(부산 동래) 당선인은 “부산의 지형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수도권 출신 패널들의 ‘영남 자민련’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수도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영남 자민련’ 주장을 당 주도권 경쟁과 결부시키는 시각도 있다. 윤상현 의원의 경우,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이 있고,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에서는 차기 원내대표로 ‘찐윤’ 이철규 의원을 밀면서 ‘비영남’이라는 점을 은연 중 강조하는 분위기다. PK 여권 인사는 “지금은 정치적 욕심 때문에 자기 파괴적인 ‘영남 자민력’ 발언으로 지역 갈라치기를 할 때가 아니다”면서 “총선 패인을 정확하게 분석해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에 당내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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