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산의 미래는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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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우 부경대 사학과 교수

수영구, 부산 최초 문화도시 선정
동래고읍성, 배산성 등 유적 산재
4년간 문화 인프라 확충 좋은 기회

수영강 수계는 부산 문화의 원점
접근 수단 보완·홍보 강화 나서야
예산 감안 기본 인프라 구축 중요

올해 초 부산 수영구가 지역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문화도시란 지역별로 특색 있는 문화예술·문화산업·관광·전통·역사 등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정된 곳이다. 그래서 수영구는 올해부터 4년간 최대 20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골목에서 바다로 함께 성장하는 문화연결도시 수영’이라는 비전을 만들고, ‘사회구성원 연결’ ‘골목과 바다의 연결’ ‘도시와 도시의 연결’ ‘어민·수군 협력체 어방 계승’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한편 문화도시센터를 설치하고 골목평상포럼, 25인의 방장, 문화도시포럼, 칸막이너머 포럼, 어방총회 등 각종 프로그램을 의욕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정책 제안도 이뤄졌고, 지역 주민이 동참하는 다양한 행사도 개최됐다. 수영구의 이런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화도시 조성 사업이 문화보다는 주민 복지에 치중한 감이 없지 않다. 수영구를 문화도시로 만들려는 목적은 지속 가능한 문화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영구에만 있는 문화유산을 제대로 찾아내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수영구야말로 부산의 다른 어떤 곳보다 문화적 유산이 많다. 신라 시대부터 고려 말까지 동래의 치소였던 동래고읍성이 있었고, 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연수로다. 북서쪽으로는 역시 신라가 쌓은 배산성이 있는데, 이곳에선 전국에서 손꼽히는 집수지 그리고 부산 최초의 목간도 발견됐다. 남동쪽으로 수영천 가에는 수영성 즉 경상좌수영성이 있다. 이처럼 수영구는 전국적으로도 성곽이 가장 밀집된 곳이다. 또한 수영강은 지역 최초의 정치체라고 할 수 있는 거칠산국의 요람이고, 수영강 수계는 부산 역사의 원점이다. 수영강을 따라서 두구동 노포동 반여동 연산동 복천동 등에 고분군이 자리하고 있다.

인천의 차이나타운이나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 예술마을은 이른바 핫플레이스다. 차이나타운은 조선 개항 이후의 역사를 중심에 두고 먹거리와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헤이리에는 무려 11곳의 인증 박물관과 미술관이 모여 있다. 이 외에 수십 곳의 박물관 갤러리 예술인 스튜디오 등에선 다양한 예술공연이 이뤄진다. 한정된 공간에 모여 있고, 방향성이 뚜렷하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부산의 잠재력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우선 수영강이라는 부산 문화의 원점에 주목하자. 수영강 변을 그저 산책이나 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 주변 지역에 있는 문화유산과 접촉할 수 있는 통로로 삼아야 한다. 박인로의 시비가 서있는 선소 자리를 비롯해 좌수영성, 동래고읍성, 배산성, 연산동고분군, 정과정, 복천동고분군, 동래읍성 등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강가에는 표지판을 세우고 간략한 설명과 함께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를 QR코드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수영구만의 노력으로는 문화도시 건설이라는 목표를 완수하기 어렵다. 수영강에 면한 해운대구 동래구 연제구 등과 긴밀하게 협조할 필요가 있겠다.

이미 각광을 받는 광안리라는 공간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광안리에 온 사람들을 수영강 쪽으로 이끌어 강변을 따라 펼쳐진 부산의 역사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광안리에서 수영강을 따라 과정교까지 왕래하는 배편을 만들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해야 주변 지역을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수영 선소에서 내려 팔도시장을 거쳐서 수영성에 이르고 남문을 거치면 천연기념물인 푸조나무, 안용복사당을 둘러볼 수 있을 것이다. 팔도시장도 그냥 전통시장이 아니라 부산 역사의 원점이자 성곽 도시의 중심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다양한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문화도시답게 파는 물건 하나하나에 문화적인 특징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문화도시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지하철, 버스로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만 도중에 문화유산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광안역의 경우라면, 어방축제를 비롯해 그 배경을 이루는 좌수영의 존재를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배산역의 경우도 부산 지역에 가장 이른 시기에 축성된 배산성이 있다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역을 나오면 유적지의 방향,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도 필요하다.

관광에 힘을 쏟는 도시에 가보면 친절한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이미 남구에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예산이 있을 땐 각종 사업을 펼치다가 나중에 예산이 끊기면 사업도 중단되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주어진 예산으로 지속해서 기능할 수 있는 기본적인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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