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4월 10일은 '가짜'를 걸러내는 날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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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 편집부 차장

오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이다. ‘가짜’를 걸러내는 중요한 날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가짜의 면면을 살펴보자. 우선, 2018년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고 윤창호 씨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후보들이 많다. 음주운전 전과가 있음에도 공천을 받은 후보가 50명이 넘는다.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는 건 잠재적 살인 행위이라는 것이 국민 눈높이다. 이들이 진짜였다면 고 윤창호 씨에게 미안해서라도 스스로 선거판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또 겉으로는 공정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가짜들도 있다.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 원의 사업 자금 편법 대출을 받아내고도 ‘자신의 대출로 피해를 본 사람이 없다. 무엇이 문제냐’고 항변한 후보도 있다.

한 비례 후보의 경우 남편이 검사장 퇴임 후 1년 만에 재산이 41억 원이 불어나 전관예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는 “전관예우라면 최소한 160억 원을 벌었어야 했다”며 떳떳했다. 당 대표도 그녀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한숨부터 나왔다. 그녀를 지지한 당 대표는 1년 전 전관예우를 ‘전관 범죄’라고 칭하며 극도의 혐오를 보인 인사다. 무엇보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절대 용납하기 힘든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징역형을 받고도 비례 정당을 창당했다. 정치에서 양심은 예외인가라는 좌절감마저 든다.

이처럼 하자 있는 가짜들이 반성은커녕 끝까지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론이 먼저 떠오른다. 시뮬라시옹은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정당 이미지로 실체를 포장했다. 많은 사람들은 민주당 등 야권의 뿌리는 양심과 도덕에 있다고 여전히 믿는다. 갖은 고초에도 과거 군부·독재 정권에 대항해 민주화에 앞장섰던 게 주된 이유이다. 그러나 그릇도 안 되는 가짜들이 이 같은 이미지를 이용해 마치 자신도 양심적인 투사라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부는 국회의원이 되거나 고위 공직자가 됐다. 그러나 늘 그렇듯 본성은 곧 드러나는 법이다. ‘암컷’ 발언으로 여성을 비하한 전 의원, 국회 상임위 중 거액의 코인 거래를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현역, 부하 여성 직원을 성추행한 후 반성보다는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인사들이 대표적이다.

여기다 진보 진영이라는 우산 아래 구축된 ‘도덕적 면허’도 크게 작용한다. 도덕적 면허는 도덕적 우월감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더 부도덕해지기 쉽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일지라도 자신이 하면 옳다는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다. 편법 대출, 갭투기, 전관예우, 자녀 비리 혐의 등 총선 기간 중 발생한 논란 대다수는 진보 진영에서 터져 나왔다. 그래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요즘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옳은 것을 믿는 게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논란이 터져도 ‘친명(친이재명)’계 후보를 ‘묻지마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권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은 유권자의 몫이다. 이번에는 가짜를 찍지 말고 조금 밉더라도 진짜를 찍으면 좋겠다. 유권자들이 가짜를 심판할지 아니면 가짜들에게 지배당할지 두고 볼 일이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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