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폐업 웅상중앙병원 현실적 대책 세워야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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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동부경남울산본부장

동부양산 유일 응급의료기관 폐업
시, 비상 대책 구축에도 주민 불안
주민, 공공의료원 설립 서명 나서
중앙병원 운영할 인수자도 찾아야

지난 2월 28일 오전 경남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한 주민이 찾아왔다. 주민은 “언론에서 웅상중앙병원 폐업 기사를 내면서 양산시 비상 의료대책은 알려주지 않아 관련 브리핑 소식에 무작정 프레스센터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웅상중앙병원 전신인 조은현대병원이 문을 닫을 당시 아픈 아기를 안고 여러 병원을 전전했던 생각이 났다”며 “당시 양산시의 비상 의료대책에도 1년 이상 의료 공백으로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큰 불편을 겪었던 만큼 이번엔 확실한 후속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부양산(웅상출장소 4개 동)이 웅상중앙병원 폐업으로 엄청 시끄럽다. 웅상중앙병원 폐업은 때마침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인근 다른 병원 이용에도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민 불안감을 더 가중시킨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와도 맞물리면서 ‘총선 이슈’로 급부상했다.

웅상중앙병원은 지난해 12월 병원장이 숨진 후 누적 적자 등으로 2월 말 폐업했다. 동부양산에는 104곳의 병의원 등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지역 유일한 종합병원이자 응급의료실을 갖춘 곳이 웅상중앙병원이어서 응급의료 공백을 우려한 주민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양산시는 비상 응급의료 체계 구축에 나섰다. 동부양산 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서부양산 병원 2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응급 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119구급차는 3대로 늘렸다. 동부양산 일부 의원의 야간진료 시간도 연장했다. 동부양산과 인접한 부산, 울산지역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과 야간 휴일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도 홍보했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위급 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을 못 지킬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동부양산 주민들 사이의 공공의료원 설립 열망이 서명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22대 총선 여야 후보들도 운영 주체가 다른 공공의료원 설립을 대책으로 발표했고, 녹색정의당은 1만 명 서명 운동을 제안해 공공의료원 설립에 불을 붙였다.

주민 열망대로 동부양산의 의료 공백 해결에는 공공의료원 설립이 정답이다. 그러나 완공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정부 승인도 쉽지 않다. 김해시는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후 공공의료원 설립에 나섰고, 지난해 6월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해 오는 8월 결과가 나온다. 김해시는 내년 상반기 보건복지부 승인과 기획재정부 예타 조사 신청을 거쳐 2030년 300병상 규모의 공공의료원을 완공할 방침이다.

2017년 폐업한 부산 침례병원 공공화 사업도 2018년부터 7년째 추진 중이다. 침례병원 자리에 보험자병원을 설립하는 공공화 사업은 추진 초기 민간병원이 공공병원으로 변경되는 첫 사례여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공공의료원 설립은 사업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부지 선정, 타당성 조사, 보건복지부 승인, 기획재정부의 예타 조사, 예산 확보, 인허가 절차, 건립으로 평균 9~10년 소요된다.

양산시가 검토 중인 공공의료원 역시 김해시 공공의료원(도립)과 같은 절차를 거친다. 양산시가 웅상중앙병원 인수를 통한 공공의료원 설립을 추진하면 사업계획·부지 선정을 제외한 공공의료원 설립 절차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산에 양산부산대병원이 운영 중이고, 김해에 공공의료원이 설립되면 양산시 공공의료원 설립은 상대적으로 더 힘들 전망이다. 양산시는 최근 여야 총선 후보들에게 ‘양산의료원 설립’을 공약으로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로선 웅상중앙병원을 인수할 민간인 또는 업체를 찾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웅상중앙병원을 개인이나 영세 의료법인보다 대학병원이나 대기업, 재력이 있는 의료법인에서 인수하도록 양산시는 물론 지역 정치권이 힘을 모으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웅상중앙병원은 2014년 부도로 문을 닫은 조은현대병원을 인수·재개원했다. 2006년 개원한 조은현대병원은 운영 과정에 적자가 발생했고, 2014년 문을 닫았다. 웅상중앙병원의 하루 외래환자는 평균 465명, 입원환자는 186명이었지만, 연간 많은 적자가 났다. 개인이나 영세 의료법인이 인수하면 조은현대병원이나 웅상중앙병원처럼 일정 시간 내 부실과 폐업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산시는 웅상중앙병원 조기 정상화를 위해 인수자를 물색하는 동시에 동부양산 공공의료원 설립 여부를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고 로드맵도 제시해야 한다. 지역 정치권과도 손잡고 총력전을 펴야 한다. 365일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바라는 동부양산 주민들의 기대가 하루빨리 이뤄질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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