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번으로 살아온 25년, 수산 유통 최일선 지켰다 자부” [바다 인(人)스타]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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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동조합 민종진 이사장

친척 부도 후 중도매 본격 입문
지난해 11월 조합 대표로 선출
위판량 감소 원인 인력난 꼽아
“후배들 업무 환경도 적극 개선”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동조합 민종진 이사장이 부산일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1999년부터 25년간 ‘48번’ 중도매인으로 활동하며 바다와 식탁 사이를 잇는 일을 해왔다. 이상배 기자 sangbae@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동조합 민종진 이사장이 부산일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1999년부터 25년간 ‘48번’ 중도매인으로 활동하며 바다와 식탁 사이를 잇는 일을 해왔다. 이상배 기자 sangbae@

48번. 1999년부터 25년간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에서 그가 쓰고 다녔던 모자에 적힌 번호다. 어시장 중도매인은 모두 저마다 번호가 있다. 경매를 포함한 모든 중도매 과정에서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린다. 지난해 11월 ‘48번’은 어시장 중도매인을 대표하는 자리에 선출됐다. 어시장중도매인협동조합 민종진(66) 이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제가 태어난 곳은 광주입니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친척 일을 돕기 위해 1980년 부산에 처음 내려왔습니다. 당시 친척이 ‘호회상사’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1992년에 부도가 나니까 먹고 살 게 없는 겁니다. 그때 상사에서 일하며 알게 된 거래처를 통해 중도매 일을 돕다가 1999년부터 이 길에 본격 뛰어들었습니다.”

어시장은 수산물을 가지고 오는 5개 수협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수협 외에도 어시장에는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단체가 있다. 바로 어시장 중도매인협회다.

어시장이 지정한 중도매인은 어시장에서 위판하는 수산물을 경매로 구매해 보관한 뒤 전국 중소매 업체에 유통하는 일을 한다. 한때 인력이 100명도 넘었지만 위판량 감소와 함께 줄어 지금은 85명이다.

“협동조합은 어시장 중도매인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단체입니다. 어시장은 수협, 중도매인, 항운노조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 각 집단을 대표하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협동조합은 중도매인 개개인이 일일이 구하기 어려운 스티로폼이나 얼음, 소금 등을 공동 구매해 배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또 조합원 복지를 높이고 친선을 도모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민 이사장은 어시장에 처음 일했을 때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큰 산지 경매시장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오늘날 어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비교적 최근인 수년 전까지만 해도 성수기 때 어시장이 위판하는 고등어는 20만 상자(상자당 약 20kg)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많아야 6만 상자 정도를 처리하면서 중도매인들이 중개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 합법화’라고 강조했다. 고등어를 아무리 많이 잡아 와도 이를 분류하고 처리할 인력이 부족해 위판량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시장에서 일하는 부녀반 등 인력은 부산항운노조 소속 조합원들인데, 2020년 초 부산노동청이 항운노조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금지하면서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풀어내서 어시장이 고등어 위판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부산 서구 남부민동에 있는 어시장은 1963년 처음 개장했다. 반세기가 넘도록 국내 수산물 위판의 약 30%를 책임지고 있는 국내 최대 산지 경매시장이다. 특히 고등어는 전국 유통량의 80% 이상 처리한다.

민 이사장은 임기 동안 중도매인 업무 환경 개선에 가장 힘쓸 계획이다.

“이곳 중도매인들은 수산물을 국민 식탁에 올리기 위해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유능한 어시장 중도매인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줘야 수산물 유통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봅니다. 어떤 조직이든 단체를 이끄는 사람은 잘했다는 칭찬보다 욕을 먹을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후배들이 나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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