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윤의 비욘드 아크] 가덕신공항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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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여객터미널 국제설계 공모
제한적인 응모 요건 때문에
부산 업체 참여 기회 봉쇄
지역 살릴 제도 정비 절실

지난 3월 13일 가덕신공항 여객터미널 국제설계공모가 발표됐다. 가덕신공항 내 60개 동 건축물에 대한 설계자를 결정하는 공모다. 공모에서 2등을 하면 관제탑통합청사 등 각종 부대 건물을 설계하게 된다. 보통 설계공모에서는 1등에게만 설계권을 주는데 가덕신공항은 2등에게도 공항 내 일부를 설계할 권한을 주니 설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가덕신공항은 부산 시민에게 어떤 공항인가. 항만, 철도와 함께 공항 네트워크, 즉 트라이포트를 구축해 물류 중심, 관광 중심의 글로벌 부산을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항이다. 수도권의 모진 반대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염원해 온 바람이 드디어 가덕신공항 여객터미널 국제설계공모 발표로 스타트했다. 국제설계 공모라 국내외에 있는 건축사 모두 응모할 수 있는데 단, 외국 건축사 면허를 가진 사람은 국내 건축사 면허 소지자를 대표로 해 공동으로 참가해야 한다.

이런 경우 외국 설계업체와 국내 건축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데 가덕신공항 여객터미널 국제설계공모 컨소시엄 시 4개사 이하로 응모 제한을 두었다. 외국 설계업체는 자연히 국내의 대형 설계사무소와 함께 들어오길 원하고 국내의 대형 설계사무소는 지역 설계사무소보다는 국제적으로 검증된 설계업체와 손을 잡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컨소시엄 시 4개사 이내로 제한하다 보니 지역의 건축사는 들어갈 자리가 없다.

부산 지역 건축사뿐 아니라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지역의무공동도급법(해당 지역 업체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참여시키는 제도)이 있다고 해도 현행 국가계약법상 정부는 78억 원 미만, 공기업은 235억 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만 지역의무공동도급 적용이 가능하다. 10조 원 이상 규모의 초대형 사업인 가덕신공항 건설은 지역의무공동도급 적용을 받지 않는다. 지역의무공동도급을 적용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심사 기준에 맞는 실적을 가진 업체는 극소수다. 정부의 지역 경제 살리기의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지역 업체들은 참여하기가 힘들어 근거 마련을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설계나 용역에 대해서는 아예 지역의무공동도급법 같은 법적인 기준조차 없으니 지역의 건축사가 지역의 초대형 설계공모에 참여하고 싶어도 응모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역에 들어서는 건축물이니 해당 지역 업체가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가 아니라 지역 업계의 활성화와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사안이다. 더불어 지역의 특색도 담을 수 있다.

비단, 가덕신공항 여객터미널 설계만 놓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부산의 각종 공모를 알리고 유명 건축가를 부산에 데려오려는 노력은 나쁘지 않다. 그것은 부산 건축가들의 성장과 함께할 때 의미를 가진다. 지역에도 좋은 건축가들은 많이 있다.

서울이 아니라 부산을 선택한 후배들이 부산에서 건축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려면 부산에 남아 있을 이유가 있어야 한다. 부산 건축에 대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부산지역의 대형 설계공모에 부산 지역 건축사와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응모 조건이 더해져야 한다. 인구 소멸에 더해 청년이 떠나는 도시 부산에서 건축가를 꿈꾸는 후배들마저도 서울로 떠날까 걱정이다.

28일인 어제, 부산일보 ‘총선특별팀’이 발표한 부산 정치권이 여야를 넘어 공통으로 추진해야 할 공약의 7위에 ‘가덕신공항 건설 시 지역건설업체 분리발주’가 선정된 것도 위와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각 도시마다 도시 이름을 딴 건축상을 가지고 있지만 부산처럼 ‘부산다운 건축상’이라 이름 붙인 곳은 없다. ‘부산다운’ 안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부산의 역사, 환경, 감성, 문화 등 부산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다. 그 특별함은 아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학습된 게 아니라 살면서 체득된 것이다.

건축가 김동회는 “건축은 가장 인간다워야 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편리하고 안전해야 함은 물론 미적 조화도 필히 고려되어야 함은 이런 사유에서 일 것이다. 건축은 단지 공간을 구획하여 구축되어지는 것이라 흔히 여기지만, 지난 수십만 년을 인간과 같이 한 건축은 공간뿐 아니라 시간까지 구분하여 모든 시대를 가장 확연하게 증언하는 구체적 사례가 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대를 후세에 연결하는 고리로서 건축은 이해되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이 순간의 작업들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에 대해서도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앞서 밝혔듯 가덕신공항은 부산 시민의 오랜 바람이 현실의 공간으로 세워지는 곳이다. 공항의 여객터미널은 단순히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곳이 아니라 부산이라는 공간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대를 증언하는 구체적 사례로 남을 가덕신공항을 짓는 데 있어 부산의 건축가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 한낱 바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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