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용의 '금알못' 탈출기] 지금은 '파킹' 시대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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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금융블록체인팀 기자

파킹(Parking). 파킹의 사전적 의미는 ‘자동차를 일정한 곳에 세워 둠’이다. 일상에서 주차의 의미가 아닌 재테크족들에게 최근 파킹이란 단어가 각광받고 있다.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금리 흐름, 불확신한 미래가 주는 혼돈 속에 자금을 잠시 다음 목적지에 가기 전 ‘보관’해두는 것이다.

보통 사용하는 수시 입·출금 통장은 이자가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등장한 파킹 통장은 일 단위로 이자가 지급된다. 자유롭게 입·출금 할 수 있으면서도 이자도 넉넉히 주는 것이다. 돈의 행선지를 찾지 못하고, 당장 예금으로 큰 돈을 묶을 자신이 없고, 가까운 시일 내에 목돈을 사용해야하는 요즘의 세태에 매우 적합한 통장이다.

시중은행 파킹 통장 상품을 살펴보면 지난 27일 기준 1000만 원 이하 금액에 제공되는 금리는 최대 3.5%다. 저축은행의 파킹 통장 상품은 좀 더 높은 금리를 준다. 코로나19 이후 ‘동학 개미’ 대열에 합류한 재테크족이라면 CMA 통장도 활용 가치가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CMA 계좌 수는 3866만 개를 돌파했다. 정기 예금 계좌 수가 3505만개인데 CMA 통장 보유자가 일반 통장 보유자 수를 뛰어넘은 것이다. 현재 기준 각 증권사의 CMA 수익률을 보면, 2.50~3.55% 수준이다. 1금융권 파킹 통장과 2금융권 파킹 통장 사이의 이익을 돈을 넣어두는 것 만으로 얻을 수 있다. 입·출금이 자유롭고 하루만 돈을 맡겨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CMA와 파킹 통장의 공통점이다.

물론, 파킹 통장은 입·출금통장이므로 가입 당시 금리와 상관없이 금융사가 금리 인상·인하를 시행하면 기존 가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금리 하락기에는 짭짤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파킹 통장이기에 언제든 더 높은 금리를 향해 ‘이동 주차’가 가능한다. 단, 통장 신규 개설을 했다면 20일간 타 금융사 통장 재개설이 안 되는 점은 주의해야한다.

CMA는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점도 살펴야한다. 증권사의 부도·파산으로 원금·수익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거나, 원금 손실 위험도 존재한다. 다만 증권사의 부도·파산은 흔한 일이 아니기에 이 같은 위험성은 재테크족들에게는 큰 위험으로 체감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돈을 한 곳에 묶어두는 ‘고금리’의 시대가 다시 저물어가려한다. 미국 연준은 금리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2024년은 돈을 주차하는 시대, 잠시 넣어두는 시대다. 파킹 통장과 CMA가 새롭게 느껴지거나 신기하게 읽힌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파킹 통장이 ‘금알못’ 탈출의 첫 단추가 되길.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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