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약한 연결에서 강한 인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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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석 초록우산 부산지역본부장

필자의 일은 아동을 돕는 후원자와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만나는 일이다. 얼마 전에는 부산 사하구에 있는 후원자의 사업장을 방문하다 들어가는 순간 공장 벽면에 필자의 재단 표어인 ‘어린이를 돕는 일 어린이재단이 합니다’라는 대형 간판이 부착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업체 로고가 아닌 후원단체 로고가 왜 이곳에 부착되었을까 생각했는데 후원자를 만나면서 그 의문이 해소되었다. 이분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많은 후원금을 납부해 본 재단의 고액 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도 가입된 분이다. 저소득가정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재 양성사업 후원자로 몇 명의 학생들을 정기적으로 돕고 있고, 매년 돕고 있는 학생을 자주 만나 교류하고 이들의 멘토로서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분이다.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도움을 받고 있는 학생을 만나는데 이들 또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후원자와 결연아동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만나거나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전하는 등 정서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관계를 설명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이론 중 하나로 ‘약한 연결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이 있다.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 스탠퍼드대 교수는 1973년 발표한 논문에서 약한 연결의 힘을 입증했다. 미국 보스턴 근교에 거주하는 직장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직업을 구한 경로를 조사한 결과 구직에 필요한 정보를 입수한 사람 중 30% 정도만이 가족이나 친구 등 강한 연결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고 70% 정도는 친밀하지 않은 약한 연결 관계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 같은 강한 연결의 관계는 그들이 속한 네트워크의 한정된 정보 내에서만 공유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며, 기회나 정보, 생각의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정보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건너서 아는 사람 또는 우연히 알게 된 사람과 같은 약한 연결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개별적으로 속한 다른 네트워크상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정보 공유의 양이 풍부하고 공유와 확산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후원자, 결연아동, 직원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어찌 보면 약한 연결에 가까운 관계이다. 그런데 이 약한 연결이 얼마나 강한 연결로 이어지는지 체감하니 필자는 약한 연결의 강한 힘을 누구보다 많이 실감한다. 후원자는 한 아이와 연결되니 이들을 제대로 돕기 위해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게 되고 이들의 멘토로서 좀 더 본이 되기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한다. 결연 아동은 도움을 주는 후원자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한다.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인척이 없는 상황에서 신뢰할 만한 어른으로서 자신을 돕는 후원자는 너무나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일을 하는 우리 직원은 후원자와 학생을 잘 연결해야 하고 그 연결이 강하게 결속되어 있어야 하니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후원자와 결연아동의 연결이 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누구 하나 일방적인 희생이 없다는 것이다. 연결로 인해 자신이 조금 많이 가진 것은 나눠서 부족함을 채워주고, 받는 자는 감사를 배우며 그 도움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서로에게 유익한 연결로 돌아오니 이보다 멋진 연결은 없다. 문득 연결을 거꾸로 바꿔보니 결연이 된다. 결연의 의미는 인연을 맺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인연이 많겠지만 이처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소중한 인연이 또 있을까? 한 아이를 살릴 수 있고 나 자신도 더욱 성장하는 이러한 인연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기에 앞서 그 후원자는 지인들에게 그렇게 해서까지 함께 참여를 이끌고자 한 것이다. 필자는 약한 연결이 강한 힘을 발휘하고, 약한 연결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연으로 연결되는 가치에 공감하는 분이 많아서 그저 즐겁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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