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입산료, 하와이 환경세…과잉관광 통제 ‘관광세’ 강화 [트래블 tip톡] ⑫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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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마다 관광객 넘쳐나 주민 골머리
마땅한 대책 마련 쉽지 않아 세금 의존

후지산 이용자 폭증 등산로 오염 심해져
입산객 수 제한에 1인당 2000엔 받기로

하와이 연 1000만 명 여행객에 피해 증가
주지사 “올부터 25달러 걷겠다” 입법 예고
유럽 각국은 관광세 신설, 증액 경쟁 나서

세계관광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해외여행객은 1년 전보다 38% 늘어난 13억 명이었다. 올해는 사상 최고였던 2019년의 14억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 급증 때문에 전 세계 여행업계의 화두는 ‘과잉관광’이 됐다. 과잉관광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집세와 점포세 인상은 물론 물가 상승으로 현지 주민들이 고통 받는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관광객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각 국가와 도시가 과잉관광 통제를 위해 도입한 방법은 ‘관광세’다. 숙박비에 포함시키는 게 일상적이지만 따로 거두기도 한다. 관광세를 도입한다고 관광객 감소 효과를 내는지도 불투명하지만 딱히 과잉관광을 예방할 방법이 없으니 이 방법에 기대는 것이다.

올해부터 등산할 때 입산료를 내야 하는 일본 후지산 전경. 이미지투데이 올해부터 등산할 때 입산료를 내야 하는 일본 후지산 전경. 이미지투데이

■일본 후지산 입산료 징수

일본 야마나시현 정부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후지산을 과잉관광에서 보호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입산객에게 ‘관광세’ 격인 입산료를 받기로 했다. 최근 수년 사이에 입산객이 급증해 환경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후지산을 보호하기 위해 입산객 수를 제한하고 입산료를 받기로 한 것이다.

야마나시현 정부가 입산객 수 제한 및 입산료 징수라는 대책을 세운 경로는 요시다길이다. 후지산 정상에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인 데다 숙박과 음식을 제공하는 편의시설이 가장 많아 인기 있는 경로다. 지난해 후지산에 오른 등산객은 22만 1322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요시다길을 이용했다. 요시다길 이용자가 폭증하는 바람에 등산로 주변에 쓰레기 투기가 극심해지고, 길이 막혀 등산객이 넘어져 다치는 일이 속출했다.

야마나시현 정부는 수익금을 요시다길 곳곳에 휴게소나 재난 피신처를 만드는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요금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2000엔(약 1만 8000원)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사가 환경세를 받겠다고 입법 예고한 미국 하와이. 이미지투데이 주지사가 환경세를 받겠다고 입법 예고한 미국 하와이. 이미지투데이

■하와이 환경세 징수 입법 예고

미국 하와이 주정부는 최근 관광객 1인당 25달러(약 3만 3000원)의 환경세를 걷겠다고 입법예고했다. 입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하면 올해 안에 시행한다는 게 주정부의 계획이다. 주정부는 환경세를 도입하면 매년 6800만 달러를 걷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돈은 하와이의 해안과 야생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쓸 방침이다.

하와이는 오랫동안 과잉관광에 시달려 왔다. 인구 150만 명인 하와이의 연간 관광객 수는 900만~1000만 명에 이른다. 이처럼 관광객이 많이 오는 덕분에 연간 관광 수입이 160억 달러에 이르는 등 경제적으로는 큰 도움이 됐지만 지역주민 사생활 및 환경이라는 측면에서는 엄청난 악영향을 미쳤다.

하와이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2~23년 ‘하와이 관광 자제 운동’을 벌였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대책이 환경세인데, 과연 과잉관광을 멈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관광세를 인상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이미지투데이 올해 관광세를 인상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이미지투데이

■관광세 징수하는 유럽

연간 해외여행객 700만~800만 명이 방문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2012년에 숙박비에 포함되는 관광세를 도입했다. 인구 160만 명인 이 도시는 지난해 1인당 하루에 2.75유로(약 4000원)를 받았는데 올해는 3.25유로(약 4700원)로 0.5유로 인상했다.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이 2017년 선정한 ‘관광객을 싫어하는 8대 도시’에 포함된 바르셀로나는 내년에도 관광세를 인상할 방침이다.

인구는 80만 명인데 2022년 관광객이 860만 명에 달했던 스페인 발렌시아는 올해 처음 관광세를 도입했다. 숙박시설 유형에 따라 관광객 1인당 하루 0.5~2유로를 최대 7일간 징수한다. 호텔에 묵지 않는 크루즈 여행객에게는 하루 1.5유로를 받는다. 포르투갈 올량은 지난해 관광세를 도입했다. 올량에 오는 관광객에게 4~10월 사이에는 1인 1박당 2유로, 11~3월 사이에는 1인 1박당 1유로를 최대 5일간 받았다.

벨기에의 경우 지역마다 관광세 금액이 다르다. 앤트워프와 브뤼헤의 경우 객실 한 개에 7.50유로를 받는다. 크로아티아는 1인 1박당 1.33유로를, 체코 프라하는 1인 1박당 1유로를 최대 60일까지 받는다. 올해 올림픽을 개최하는 프랑스에서는 관광세를 지난해보다 200% 올려 호텔 유형에 따라 1인 1박당 0.75~15유로를 받는다. 이탈리아의 경우 도시에 따라 다르다. 시칠리아에서는 객실 하나에 1박당 1~3유로를, 로마에서는 1박당 3~7유로를 받는다. 네덜란드는 원래 객실 하나당 숙박료의 7%의 관광세를 받았는데 올해 12.55%로 인상했다. 크루즈 여행객에게도 똑같은 요율로 관광세가 부과된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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