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방분권 위한 총선 공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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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동 법무법인 동연 대표변호사·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공동대표

지난해 9월 14일 부산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 연합뉴스 지난해 9월 14일 부산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 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70여 일 남았다. 국회의원 출마 예비후보자, 여당과 야당, 신당을 창당하려는 정치인들 모두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고 각종 공약을 발표하고 있으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관한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지방분권 운동에 15년 넘게 활동해 온 필자로서는 매우 실망스럽다.

2020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살고 있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정한 적정 의석수를 보면 수도권이 128석으로 지역구 253석의 절반을 넘어섰다. 수도권의 급격한 인구 증가 때문이다. 이처럼 수도권은 인구와 국회의원 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의료 등 전 분야에 걸쳐 모든 걸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으며, 지방은 소멸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이제 수도권 주민들을 제외한 비수도권 주민들은 수도권 일극 중심주의의 폐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지방분권·지역균형발전, 시대적 요구

대통령 직속 위원회 추진 성과는 미흡

대안으로 ‘지역정당 허용’ 목소리 등장

총선 후보 자치분권 실현 공약 내놔야

시민단체·유권자, 여야에 촉구할 필요

그래서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5년 한시법으로 지방분권위원회 같은 위원회 조직을 만들어 지방분권 및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실시해 왔으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으로 5년 한시 조직인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방분권 및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하고 있다.

지방시대위원회라고 명칭만 달리한다고 하여 지방분권 및 국토균형발전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과거 20년간 지방분권 및 국토균형발전의 역사에서 보듯이 대통령 직속 위원회 조직으로는 정책을 제대로 시행할 수 없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방분권 운동가들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부총리급의 국가균형발전부라는 행정 조직을 신설하라고 요구해 왔지만, 어느 정부에서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근래에는 직접 지역정당을 만들어 지방의회에 진출하고, 국회에도 진출하여 지방분권 및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주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중앙 정치세력인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이 대부분 당선되면서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화가 고착화된 상황을 타파하고, 정치의 지방분권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역정당 설립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당법은 정당의 중앙당은 반드시 서울에만 두어야 하고, 5개 이상 시도 당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규정해 일정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지역정당의 설립을 원천봉쇄하고 있어 문제다. 그래서 지역정당 설립을 추진하던 단체가 지역정당 설립을 원천봉쇄한 정당법 조항에 대하여 헌법에서 보장한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2023년 9월 26일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9명 중 과반수가 넘는 5명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으나, 위헌 결정의 기준인 9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명에서 1명이 부족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헌법재판관 5명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요지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명쾌하다. “지역정당의 출현으로 인한 지역주의 심화 문제는 정당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정치문화적 접근으로 해결하여야 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전국 어디에서든 정치 참여가 가능하고 지방자치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정당이 전국 규모의 조직을 갖추고 전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정당 활동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 전국정당 조항은 각 지역 현안에 대한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정당의 출현을 배제하여 풀뿌리 민주주의를 차단할 위험이 있다. 지역정당 배제는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종속시켜 지방정치의 활성화를 억지시키는 것이다.”

거대 양당은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정당법을 개정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비수도권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야의 출마자들과 각 당에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추진, 정당법 개정을 위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도록 촉구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이에 부응하는 총선 후보와 정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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