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정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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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회장

정년은 직장에서 물러나도록 정해져 있는 나이를 말한다. 우리나라 직종 대부분은 정년이 60세이고, 몇몇 직종의 경우 70세로 정해져 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평균 83.3세이다. 일본과 스위스 다음인 세계 3위 장수국가이다. 영국의 한 대학이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2030년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60세에 정년을 하고 난 후에도 23년의 세월을 더 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연금으로만 생활을 해야 하기에 빈곤하고 궁핍한 삶을 긴 시간 동안 살아갈 수밖에 없다.

외국의 사정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대부분 구미 선진국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일률적인 정년퇴직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정년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소수의 직종들이 있기는 하지만, 경찰과 소방관, 재판관처럼 근무 환경과 내용이 위험할 수 있거나 다른 사람들의 안전 혹은 안녕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에만 국한이 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 2021년부터 정년이 70세로 연장되었다. 역사를 돌아보면 정년 연령은 경제적인 수준과 관련이 있다. 못사는 나라의 정년은 연령이 낮은 반면 잘사는 선진국은 연령이 높았다. 우리나라는 현재의 경제 수준과는 맞지 않는 후진국 수준의 정년 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항노화와 관련된 여러 학회 등을 통해 사회적인 활동을 해 오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 중에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항노화 연구와 사회 활동을 열심히 해 봐야 무료함과 상대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노년층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냉소적인 비판들이었다. 항노화는 단순한 수명의 연장뿐만 아니라 노년기에도 아프지 않고 활동적인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지 못한다면 그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는 게 맞다.

보통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한다. 이 기준은 200여년 전 비스마르크 수상이 통치하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편의상 만든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일본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75세 남녀 노화 정도는 10여년 전 65세 사람들과 유사하다고 한다. 의학과 경제의 발전에 의해 생물학적 항노화 현상이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노인의 기준을 65세에서 75세로 상향 조정하려는 것은 의학적으로 매우 타당한 일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장수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서, 지난해 10월 국민통합위원회 산하에 ‘노년특위’를 출범시켰다. 이러한 활동과 세심한 법제화를 통해 노인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정년을 연장 혹은 폐지하여 건강과 체력이 지속하는 한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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