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서울 메가시티 무엇이 문제인가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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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더 기울어지는 국가 균형추 수도권만 살찌운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위한 특별연합이 좌초된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서울 메가시티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12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에서 개최된 제1회 부울경 정책협의회 장면.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부울경 특별연합을 대체할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공식 출범시켰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울경 메가시티를 위한 특별연합이 좌초된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서울 메가시티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12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에서 개최된 제1회 부울경 정책협의회 장면.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부울경 특별연합을 대체할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공식 출범시켰다. 정대현 기자 jhyun@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서 부울경을 메가시티로 육성하기 위한 부울경 특별연합이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 출범과 함께 좌초된 게 1년 전의 일이다.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는 특별연합을 대신할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출범시켰지만, 실무 협의체 수준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부산과 경남의 행정 통합도 동력을 잃었고 메가시티 무산을 위한 수순이었다는 점만 명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시작으로 서울 메가시티 움직임이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쏠림이 극에 달한 상황인데 이러다 대한민국에는 서울만 남게 되는 것 아니냐는 탄식이 나온다.

■특별연합 대신 부울경 경제동맹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7월 12일 제1회 부울경 정책협의회를 열고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공식 출범시켰다. 앞서 3개 시도 공무원 11명으로 구성된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 추진단을 부산시 산하 조직으로 발족한 후 공동 협력 과제를 논의해 왔다. 추진단은 부울경 초광역권 발전계획(2023~2027년)을 수립하고 3개 시도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마쳤다.

발전계획은 ‘지방시대를 선도하는 동북아 8대 광역경제권 육성’을 비전으로 연평균 경제성장률 3%, 1시간 생활권 구축, 삶의 만족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산업 혁신 기반 마련, 광역 인프라 구축, 생활 여건 개선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등 3대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12개 핵심 과제, 69개 실천 사업을 담았다. 총사업비는 41조 원 규모다.

■부울경 행정통합의 꿈은 멀어져

부울경 경제동맹은 표면적으로는 특별연합을 대신하는 모양새다. 부울경 초광역 발전계획도 특별연합에서 추진되던 사업이 대부분이다. 특별연합이라는 옥상옥 행정 구조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부울경 발전을 위한 실질적 사업들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명분도 내세운다.

그러나 특별연합은 궁극적으로 부울경 행정 통합으로 가기 위한 단계로 경제동맹과는 차원이 다른 꿈이었다. 법령으로 특별자치단체와 의회도 별도 구성하고 행정 통합을 위한 다양한 실험도 진행할 계획이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최초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광역 인프라 구축과 새로운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끌어낼 명분도 있었다.

현행 체제에서는 부울경 공동 사업도 지역적 이해가 갈리면 언제든 갈등으로 전환될 우려가 크고 실무 차원의 협의를 넘어선 화학적 결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울산의 경우만 해도 부울경 경제동맹과 별도로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를 아우르는 해오름동맹도 출범시켰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꿈은 동상이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국에서는 충남북과 대전·세종시가 통합 충청도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별자치단체 단계를 뛰어넘어 행정 통합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다. 부울경 특별연합 실패를 거울삼겠다는 이야기도 나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서울 메가시티 블랙홀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메가 서울’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하자 김기현 대표가 직접 나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서울과 경기도 어느 한 광역단체가 반대하더라도 김포시의 의지만 있다면 서울 편입이 가능하다. 이에 더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고양·구리·하남·성남·남양주·의정부·광명 등으로 도미노처럼 확산할 수도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수도권 정당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마당인데 서울 메가시티에 대한 뚜렷한 반대 목소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이 거대한 메가시티로 가고 있는 상황인데 행정구역 개편으로까지 뒷받침하는 셈이다. 서울이 서해와 접한 김포시를 흡수하면 해양수도까지 서울이 겸하게 되는 것이냐는 우스개도 나온다. 수도권 쏠림을 더 심화시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와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전 세계 메가시티가 대세

세계 주요 대도시들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외곽 도시를 편입해 메가시티로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메가시티는 생활과 경제 등 기능적으로 연결된 1000만 명 이상의 대도시를 말한다. 현재 전 세계 메가시티는 33개인데 2030년이면 43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파리나 중국 베이징처럼 수도가 주변 도시를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과 경쟁하기 위해 지방 도시가 몸집을 키우는 경우다. 일본의 간사이 광역연합이 대표적이다. 수도 도쿄에 맞서는 광역경제권을 만든다는 목표다. 8개 광역지자체(교토·오사카부, 시가·효고·나라·와카야마·돗토리·도쿠시마현)와 인구 50만 명 이상의 시 4곳(교토·오사카·사카이·고베)이 동참하고 있다. 2025오사카월드엑스포를 공동으로 준비하는 등 활발하다. 독일은 슈투트가르트가 주도해 인근 6개 지역을 광역 연합으로 묶는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베이징이나 파리도 있지만 우리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쏠림이 심한 경우와 다르다.

■서울과 부산 두 바퀴 가능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할 대안으로 부울경 성장축 육성을 강조해 왔다.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에 온몸을 던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울경 특별연합 무산에서 보듯이 부산은 서울과 같은 원심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국 인구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을 넘었고 국회 구성도 수도권이 압도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모든 논의와 이슈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될 공산이 높다는 점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수도권 중심의 국회 권력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 메가시티 논의를 기점으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지역에서 스스로 무산시킨 특별연합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참에 부산과 생활권으로 연결된 양산의 부산 편입 등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같은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래저래 함께 굴러가야 할 서울과 부산 바퀴의 균형이 점점 더 기우는 형국이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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