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막장 대치 정국, 힘 실리는 총선 물갈이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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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마지막 정기국회 1일 개막
성적표 따라 ‘현역 컷오프’ 좌우
거대 양당 ‘공천 물갈이’ 본격 착수

영남 물갈이 70~90% 전망도
중앙 무대서 통할 젊은 인재 발굴
내년 4·10 총선 희비 가를 승부수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1일 정기국회 개막을 맞는 거대 양당의 서슬이 시퍼렇다. 막장에 들어선 비장감에다 정치생명을 건 건곤일척의 전의가 불타오르는 모양새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는 100일간은 내년 22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들이 공천장을 거머쥘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간이다. 정기국회 성적표와 코앞의 당무감사 등이 ‘현역 컷오프’의 요긴한 자료로 쓰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의원 연찬회와 워크숍에서 비장한 언사로 소속 의원들을 막장 대혈투의 장으로 내몰았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운영 동력을 마비시키고 현안마다 적반하장, 발목잡기, 내로남불을 반복할 것”이라 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민생 경제, 외교 안보, 국민 안전 등 모든 부분에서 나라가 퇴보하고 국민의 삶이 바람 앞의 촛불 같다”고 맞받았다.

협치가 사라지고 양당을 중재할 세력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막장 비장감은 그 수위를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협치 협치 하는데 엉뚱한 생각을 하고,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우리는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뒤로 가겠다고 하면 그건 안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진보당이 거대 양당의 밀실 협상을 경계하며 비교섭단체까지 참여하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촉구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다.


정황으로 볼 때 선거제도 개편을 통한 정치 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거대 양당의 공천을 통한 ‘물갈이’만이 정치판을 바꾸는 마지막 비상구로 남았다. 소위 ‘4류 정치’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지만 현재의 정당 체제를 통하지 않고서는 개선할 도리가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50% 넘는 총선 물갈이론이 계속하여 나오는 것은 공천 물갈이가 그나마 유권자의 정치적 숨통을 틔워 주는 역할을 해 온 까닭이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보수 본색의 영남에서 물갈이론이 득세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중 대구·경북(TK) 물갈이론은 압도적인 데가 있다. 현재 TK 25석(대구 12석, 경북 13석)을 국민의힘이 석권하고 있는데, 21대 총선의 현역 교체율은 64%에 달했다. 20대 총선 때는 교체율이 대구 75%, 경북 46%였다. 22대 총선을 앞두고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물갈이 전도사’로 나서면서 TK 정가가 벌써 들썩이고 있다.

부산은 현역 18명 가운데 15명이 국민의힘, 3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3대 총선 이후 9차례 선거 결과를 보면 부산의 국회의원 교체율은 50.1%로 집계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산 의원 절반은 교체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11월 28일 부산 엑스포 유치 성공 여부, 산업은행 부산 이전 같은 핵폭탄급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부산 총선에서 여야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9월 정기국회에 임하는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비장하고 결연한 자세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부산의 물갈이 폭은 ‘역대급’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당 창당에 버금가는 물갈이를 통해 여소야대 정국과 기존 정치판을 확 바꾸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읽힌다. 게다가 부산의 일부 현역 의원들은 중앙 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영남의 물갈이 폭이 마침내는 70~90%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내년 총선 풍향계가 물갈이론을 가리킨다면 거대 양당은 4류 정치와 작별을 고할 참신한 인물을 골라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지역의 대표성을 갖는 신인의 발굴이 무엇보다 요망된다. 지역에서나 알아주는 ‘동네 의원’이 아니라 중앙 무대에서 당당하게 부산을 대표하여 민의를 전달할 식견과 품격을 갖춘 인물이라야 한다. 나랏일 한다고 뽑아 준 부산은 나 몰라라 하는 게 아니라 자치와 분권 정신이 뼛속까지 오롯한 선량이라야 자격이 있다.

나아가 30~40대 청년 정치인들이 국회에 입성해야 부산에 미래가 있다. AI 등 기술문명은 나날이 발전하는 데 이를 바로바로 따라잡지 못한다면 부산은 물론 국가 장래마저 어두울 수밖에 없다. 5일 부산시청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부산·경남’을 주제로 문민정부 3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리는데, PK 정치의 대부 격인 YS도 만 25세 때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않았는가.

3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무너지는 민주주의 다시 세우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하는 등 22대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여야 대치가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내부 권력 잡기에 골몰하면서 파워 게임은 한층 증폭되는 인상이다. 거대 양당 체제를 전제로 한 물갈이 정국이 회오리치며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 인물이 누구인지에 따라 내년 4·10 총선의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임성원 논설실장 forest@busan.com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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