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단목령~조침령 최후의 원시림 펼쳐져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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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국립공원 구역과 맞닿아 존재
아름드리 참나무 군락 이어진 숲길 쾌적

백두대간 조침령 인근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 백두대간 조침령 인근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

태풍의 뒤끝은 두렵지 않았다. 다만, 가지 못하는 길이 아쉬웠을 뿐. 이번 백두대간 구간은 온전히 걸으려면 조침령에서 시작해 한계령(오색령)까지 약 25km다. 그러나 단목령을 지나 한계령까지는 국립공원 구역 등으로 탐방로가 막혀 있다.

더러 법의 경계를 넘어 숨바꼭질하듯 산행하는 대간꾼들이 있긴 했다. 포털사이트 검색만 하더라도 이곳을 다녀와 산행기를 올려놓은 사람이 여럿이다. 어떤 이는 이 코스를 걷는데 12시간이 넘어 걸렸고, 준족임이 분명한 한 대간꾼 블로거는 7시간 만에 주파한 기록도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 구간 산행을 다녀온 이들이 있었다. 기왕지사 막힌 길을 이미 다녀온 이들에게 몇 장의 사진을 얻었다.


산꾼들이 '곰탕 날씨'라 부르는 운무 가득한 산하. 산꾼들이 '곰탕 날씨'라 부르는 운무 가득한 산하.

한계령(오색령)~단목령 갈 수 없는 길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을 듣고 있으면, 불현듯 배낭을 꾸려 떠나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한계령은 또 하나의 이름이 있으니 오색령이다. 한계령 휴게소 인근에 있는 백두대간 비석엔 '백두대간 오색령'이라고 선명히 새긴 비석이 있다.

예로부터 이 고개는 양양에서는 오색령, 인제에서는 한계령으로 불렀다고 한다. 양양에서 인제로 동해 쪽의 생산물이 고개를 넘었고, 영서의 생필품이 또 영동으로 가던 길이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최단 코스 등산로가 있어 산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백두대간 조침령으로 가는 코스는 한계령 혹은 오색령에서 시작하는 게 분명하지만, 길은 높은 철망에 막혀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백두대간 종주자의 출입을 막는 초소, 카메라 감시, 인력을 통한 순찰 등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간꾼들의 걷고자 하는 열망을 온전히 다 막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금단의 땅에 있는 망대암산과, 그즈음에 있다는 UFO바위 등이 심심찮게 포털사이트에 올라온다. 사진으로 본 UFO 바위는 정말 상상하는 UFO처럼 생겼다.


UFO를 닮은 바위. UFO를 닮은 바위.

한계령에서 조침령으로 남진하는 백두대간의 최대 걸림돌은 한계령 바위 지대라고 한다. 대간에는 몇 군데 난코스가 있다. 속리산 문장대에서 밤티재까지 이어지는 바위 구간, 지름티재에서 희양산에 이르는 직벽 코스 등인데 한계령 바위 구간을 최대 난코스라고 평하는 이들도 많다.

한계령에서 출발하면 바위 구간을 지나 UFO바위~주전골 갈림길~망대암산까지 곳곳에 험한 바위 구간이 이어지고, 망대암산 이후엔 점봉산(1,424m)까지 긴 오르막을 오르면 이후에는 짙은 숲길이 이어진다. 단목령 바로 아래에 맑은 계곡이 있다. 이어 북암령~양수발전소 갈림길~조침령까지 대간은 이어진다.


백두대간에 핀 야생화 좀개미취. 백두대간에 핀 야생화 좀개미취.

천상의 화원 곰배령과 점봉산

백두대간 구간마다 천상의 화원이 아닌 곳이 어디 있겠냐마는 특히 점봉산은 그 유명한 곰배령도 품고 있어 식생이 다양하고 야생화가 풍부하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점봉산에 자생하는 식물종은 854종으로 한반도 전체 식물종의 20%나 된다. 점봉산은 1987년부터 입산을 금지하고 있다. 대신 곰배령(1164m)은 사전에 탐방 신청한 이들에게만 개방하고 있다.

곰배령으로 가는 점봉산 산림생태탐방로는 전체 구간이 10,5km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설악산곰배령산림생태탐방로는 산림청 '숲나들e'에서 예약할 수 있다. 정해진 코스 이외에 설악산국립공원 점봉산분소에서 곰배령으로 가는 '곰배골탐방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예약해야 한다.

설악산국립공원 탐방로이므로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https://reservation.knps.or.kr/)을 통해 따로 신청하면 된다.

이맘때 점봉산 일대는 동자꽃, 금강초롱, 새며느리밥풀꽃, 모싯대, 참취꽃, 산오이풀 등이 한창이다. 백두대간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특히 점봉산 일대의 식생이 이렇듯 풍부하니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다.


점봉산 정상석. 점봉산 정상석.

8월 산행의 명과 암

물론 여름 산행은 꽃구경도 좋지만, 한 가지 복병이 존재한다. 더위와 습기다. 비가 오더라도 비옷을 입으면 무척 덥기 때문에 성가시다. 주변에 알아본 바로는 웬만한 비 정도는 산꾼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왕 땀으로 젖을 터, 비를 맞는 것이 오히려 더 시원하다는 것이다. 더위 혹은 예고 없는 소나기가 도사리고 있지만, 궂은 날씨라도 산행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 산행을 결심하고 나서는 순간부터 '자연'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가 온 뒤 습기가 많아 운무로 시야가 좋지 않은 상황을 두고 어떤 산꾼들은 '곰탕'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주위는 온통 운무에 휩싸여 시야는 뿌옇게 흐리다. 습한 기운 또한 만연하다. 어쩌다 보이는 산줄기 사이사이에 하얀 곰국 같은 구름과 안개가 넘실거린다. 이런 날씨를 두고 '곰탕 날씨'라고 한다니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람들 발길이 뜸한 망대암산에서 점봉산으로 오르는 대간 코스는 풀과 숲이 무성하다고 한다. 나무와 풀이 꼭 사람 키 높이라서 오르다 보면 나뭇가지로부터 뺨을 부지기수로 맞는다고 한다. 뺨을 그렇게 맞고서도 기어코 대간을 잇는 이들의 열정이 부럽다.

사진 속의 점봉산 정상석은 하트 모양이다. 곰배령 정상석과 비슷하게 생겼다. 점봉산~작은점봉산~곰배령으로 이어지니 정상석을 비슷한 형태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백두대간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나무. 백두대간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나무.

단목령에서 조침령까지

점봉산에서 단목령은 6.2km 떨어져 있다. 대체로 무난한 내리막길이어서 어려운 구간은 없이 원만한 모양이다.

단목령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와 양양군 서면 오색리를 잇는 고개다. 박달나무가 많아 박달령으로 부르기도 한단다. 단목령에서 북암령까지가 2km, 북암령에서 조침령까지는 7.3km다.

단목령지킴터에서 조침령 방향으로 100m쯤 가면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 아래에는 청정 계곡물이 철철 넘쳐난다. 이곳에서 식수를 보충하거나 쉬어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단목령은 인근 도심의 낮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지만, 해발이 높고 계곡이 있어 기온이 20도에 불과해 쾌적할뿐더러 서늘한 기운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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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무와 풀숲만이 반기는 숲길 곳곳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자리잡고 있다. 더러 수명을 다한 듯 부러진 가지를 안고 있지만 그 또한 자연의 관록을 느끼게 한다. 오래된 숲에 경외감이 생긴다. 심산 깊은 숲길을 한 시간가량 걸으면 북암령이다. 북암령은 세계적인 희귀식물인 한계령풀의 최대 군락지라고 한다. 한계령풀은 4월에 노란 꽃이 핀다. 그런데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이유는 5월 중순이면 지상부는 고사한 후 뿌리만 휴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갈나무, 들메나무, 박달나무, 물푸레나무, 엄나무 등이 자생하는 조침령 가는 숲길을 또 타박타박 걷는다. 조침령까지 7km가 남았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온몸이 비와 땀으로 범벅이 돼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지쳐갈 무렵 양양양수발전소 상부댐 제한적 개방 안내 표지판이 있다. 백두대간 탈출로라고 이정표에 나와 있다.

여기서부터 조침령까지 구간은 인제천리길 구간이다.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다. ‘조침령 0.3km’ 표지판을 지나자 목재 덱 길이 나온다. 덱 길을 내려서니 새들도 자고 간다는 조침령이다.



인제천리길 조침령 구간. 인제천리길 조침령 구간.

▲여름 산행의 백미 '알탕'

여름 산행은 땀으로 온몸이 젖기 일쑤다. 산행 막바지에 계곡이 있다면 금상첨화. 그래서 여름 산행의 필수 준비물은 여벌 옷이다. 만족스러운 알탕을 위해 산행 내내 옷을 지고 다니는 산꾼도 있다. 그 무게를 충분히 감당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알탕은 말 그대로 알몸으로 목욕하는 것을 말하는데, 산꾼들의 알탕은 주로 계곡에 몸을 담그는 것을 말한다. 조침령에서 1.2km 정도 내려와 터널관리사무소 광장에 도착하면 길 건너가 진동계곡이다.

여름에도 몸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이 철철 흐르는 곳. 그 계곡에 몸을 담그면 산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물이 차갑고, 비라도 온 날은 유속이 빠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알탕의 유혹은 뿌리칠 수가 없다.


조침령 백두대간비. 조침령 백두대간비.

물에 몸을 담그면 산행 내내 부르튼 발이 기뻐서 환호를 지른다. 근육마다 쌓인 피로가 빠른 유속에 실려 사라지는 느낌도 좋다. 물론 대한민국 모든 계곡에서 알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립공원 구역은 원천적으로 계곡 입수가 금지돼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에선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여름철 국립공원 구역에서 입수가 허용되는 곳이 있는데,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 공원별 알림을 참고하면 된다. 대체로 8월 말까지 허용하는데 지리산국립공원의 경우 내원사골, 대성, 유평, 백무, 중산리 계곡에 출입이 가능하다. 허용 범위는 손발 담그기와 세안 정도다. 목욕은 안 된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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