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디지털 광장] 가짜 뉴스를 이기는 법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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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전략국장

가짜 뉴스, 규제·단속이 만능 아냐
일본은 언론이 나서 인증 기술 개발
한국은 뉴스 생태계 신뢰 회복 우선
언론이 디지털 독자와 접점을 찾고
소통하면서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 입장에서 ‘가짜 뉴스’는 불편하고 거북스러운 표현이다. ‘가짜 뉴스’가 호명되면 될수록 ‘뉴스’에 대한 비호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언론사에게 신뢰가 생명인데, ‘가짜’라는 이미지가 덧칠되니 억울하기까지 하다. 언론이야말로 가짜 뉴스의 가장 큰 피해자다.

가짜 뉴스는 용어 자체에 문제가 있다. 우선 형용모순이다. 뉴스는 가짜일 수가 없고, 가짜는 뉴스가 될 수 없어서다.

전통 언론에서 뉴스는 취재와 데스킹을 거쳐 나온다. 그 과정에 팩트 체크는 필수다. 진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뉴스가 가짜일 수가 없는 까닭이다.


만약 고의로 거짓이 담긴 기사를 작성해서 유통했다면 그건 애초부터 뉴스의 범주에 속할 수 없다. 그래서 ‘가짜 뉴스’라는 용어는 탄생하지 말았어야 했다.

요즘 정치권에서 가짜 뉴스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가짜 뉴스로 지목되는 사례들은 과거에는 유언비어, 프로파간다(정치 선전), 허위·조작 정보로 구분해서 불렸다. 아니면 뭉뚱그려 거짓말로 칭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거짓이 가짜 뉴스로 포장되고 있다. 그 과정에는 진영 논리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뉴스는 100% 진실만 담고 있다고 전제하지 않는다. 뉴스가 세상에 나오는 그 순간까지 확인된 사실을 전달할 수밖에 없어서다.

진실은 추구되어야 하는 가치이며 그 바탕에는 합리적 의심이 깔려 있다. 이것이 공론장의 원칙이다.

가짜 뉴스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은 인터넷의 전파력이 눈부시게 발달한 덕분에 누구나 정보를 손쉽게 생산해서 널리 유통시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팩트 체크가 불충분한 정보나 일방적인 주장도 널리 퍼뜨릴 수 있게 된 탓에 나타난 부작용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언론이 앞장서서 온라인 상에서 가짜 뉴스를 걸러 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언론사 스스로 디지털 공간에서의 뉴스 신뢰를 지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일본의 주요 신문, 방송, 포털 야후재팬 등 27개사는 공동으로 ‘발신자 프로파일(Originator Profile)’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지폐의 워터마크처럼 온라인에 유통되는 기사 페이지에 식별자를 넣어 정보의 출처를 밝히는 것이다.

사용자가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어 기사를 읽을 때 클릭 한번으로 발신자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출처를 인증하는 이 기술은 기사가 소셜 미디어로 공유되더라도 작동된다. 일본 측은 이 기술을 브라우저 표준 사양으로 채택되게끔 노력하는 중이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한국의 뉴스 트래픽은 언론사 자체 사이트가 아닌 포털과 소셜에 쏠려 있다. 외부 플랫폼이 사용자에 편리한 서비스와 기술을 제공하면서 진화하는 사이 한국 언론사들은 디지털 뉴스 분야에서 지체됐다.

그 결과 한국은 언론사가 아닌 외부 사이트에서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곳은 팩트 체크가 부실하거나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가 넘치는 곳이다.

여기서 전통 매체가 생산한 뉴스도 뒤섞여 유통되다 보니 도매금으로 욕을 듣는 게 드물지 않다. 언론으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언론 보도가 불신과 기피의 대상이 되면 건강한 여론 형성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언론 스스로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지만 한국 언론은 무기력할 뿐이다.

가짜 뉴스로 인한 폐해는 현재적이다. 하지만 규제와 단속이 만능은 아니다. 사전 검열이나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어쩔 것인가.

바람직한 방법은 가짜 뉴스가 활개칠 수 없는 디지털 뉴스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언론은 적극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까지 한국 언론이 실패한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 언론은 디지털 독자와 접점을 찾고 소통하면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외면해 왔다.

포털이나 소셜 미디어에 떠넘겼던 일을 이제 직접 해야 한다. 미디어가 이용자와 직접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뢰하는 사이에서는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언론사와 독자 사이에 필요한 관계다.

그러면 '가짜 뉴스'는 발붙일 곳이 사라지게 된다. 그 대신 거짓말이라는 본래 이름을 돌려주면 된다.

이것이 가짜 뉴스를 이기는 방법이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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