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의 디지털 광장] AI 가짜 뉴스, 저널리즘에 마지막 기회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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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전략국장

올해 세계뉴스미디어총회 화두 AI
기사·노래 변환, 자동 번역 봇물
AI 허위, 조작 정보 폐해는 공감
전통 뉴스 미디어 역할 되새겨
인터넷, 모바일 전환 뒤처진 언론
AI 부작용, 저널리즘 가치 입증 기회

가짜가 더 근사해 보이고, 거짓이 더 빨리 퍼지는 세상이다. 소셜 미디어의 전파력이 더해진 결과다. 여기에 생성 AI(인공지능)가 가세하면서 온라인 뉴스 생태계는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생성 AI를 이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뉴스로 포장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 문제는 허위, 조작 정보를 퍼뜨리는 도구로 악용되기 쉽다는 데 있다.

AI발 가짜 뉴스 탓에 미국 주식시장이 요동친 최근 사례는 시작에 불과하다. 특정인을 모방하는 딥페이크 기술이 사칭 범죄로 나타나는 건 시간 문제다.


뉴스의 정거장 역할을 해온 검색 플랫폼(포털)에도 생성 AI가 대세다.

구글은 검색 결과를 요약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검색 생성 경험(Search Generative Experience)’이다. 뉴스를 이미 학습한 AI는 뉴스를 재가공해 사용자의 궁금증을 풀어 준다. 사용자는 굳이 뉴스 링크까지 따라가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AI의 ‘친절한 대답’이 뉴스 트래픽을 잠식할 것이란 전망은 우려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뉴스 구독 모델까지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검색 로봇이 허위, 조작 정보를 학습했다면 어떡하나. 사용자들이 추가로 뉴스 링크를 검색하지 않으면 틀린 대답을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다. 네이버와 다음 검색 서비스도 유사 방식으로 바뀐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숙의 민주주의의 기반인 뉴스는 AI 시대를 맞아 변곡점을 만났다. 여론 형성 흐름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해서다. 우리가 익숙했던 공론장은 구조 변동을 앞두고 있다.

이 문제 의식 때문일 텐데 올해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이었다. 지난달 28~30일 타이페이 총회는 AI로 시작해 AI로 끝났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불과 1년 전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 장밋빛 미래로 각광 받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전 세계 뉴스룸은 시간과 비용의 효율성 때문에 적극적으로 AI 기술을 도입한다.

스웨덴 미디어 그룹 쉽스테드 계열 인랩은 기사를 랩으로 바꾸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텍스트를 노래로 바꾸는 AI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이른바 ‘뉴스 외부자’인 Z세대(1995년생 이후)에 다가가기 위해 그 세대에 친숙한 뉴스 포맷을 찾고 여기에 AI 기술을 입힌 것이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프랑스어 기사를 영어로 번역하는 AI를 사용한다. 영어권으로 독자층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언어 자동 번역 서비스는 각 언어권으로 확산 중이다.

WNMC에서 일대일 대담에 참석한 조셉 칸 뉴욕타임스(NYT) 편집인은 “방대한 데이터 분석, 언어 자동 번역 AI가 시간을 단축하고 저널리즘을 향상시킨다”면서도 “AI를 (뉴스) 완제품에 적용할 때까지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각 콘텐츠의 경우라면 그 출처를 두 번, 세 번 확인해야 한다”면서 신중론의 이유를 설명했다. AI를 도구로 적극 활용하되 저널리즘의 신뢰를 지키는 것을 우선하겠다는 의미다.

일본에서는 인터넷 콘텐츠의 출처를 검증하는 기술까지 개발됐다. 요미우리신문 마에키 리이치로 편집국장은 총회에서 일본 언론, 광고, IT 업계 27개사가 개발한 발신자 프로필(Originator Profile) 기술을 소개했다. 사용자가 가짜 뉴스로 의심되면 팩트 체크 버튼을 눌러 발신자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저널리즘의 기준으로 ‘87% 정확한 기사’는 기사가 아니다. 정론을 추구하면서 부정확하거나 팩트 체크가 미진한 기사를 일부러 배포하는 언론사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생성 AI로 기사를 제작하지 않습니다”를 내 건 언론사가 늘고 있다.

숙련된 언론인의 검증 과정을 거친 뉴스를 세상에 내놓는 게 지금까지 레거시 미디어(신문, 방송)의 원칙이었다. 그래야 사실 보도가 이뤄지고 저널리즘이 추구된다. AI는 뉴스를 재가공하지만 스스로 뉴스를 찾을 수 없다. 저널리즘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말이다.

AI발 허위, 조작 정보가 사회에 미칠 폐해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짜 뉴스 부작용이 되레 뉴스의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자가 발품, 손품 팔아서 작성한 뉴스가 여전히 사회 공공재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언론사는 스스로 존재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인터넷의 확산과 모바일 전환, 이 두 번의 큰 파도에 휩쓸려 길을 잃었던 언론 앞에 이제 세 번째 AI 쓰나미가 닥쳐왔다. 위험과 기회의 교차로에 섰다. 레거시 미디어에게는 마지막 선택지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세계 뉴스 미디어총회 참가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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